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5월 22일] 실손형 의료보험과 도덕적 해이

손해보험사들이 취급해온 실손(實損)형 의료보험 시장에 생명보험사들이 잇따라 진출하고 있다. 실손형 의료보험은 입원ㆍ치료ㆍ통원 등 질병을 치료하는 과정에서 본인이 부담한 비용을 보험사가 지급하는 상품이다. 질병에 따른 비용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생보사들까지 실손형 의료보험시장에 진출함에 따라 민영 의료보험시장도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손형 의료보험 상품은 국민의 의료비용 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취지로 도입됐다. 하지만 이 상품은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를 부추길 수 있는 위험도 안고 있다. 실손형 상품과 정액형 상품에 모두 가입할 경우 가입자 입장에서는 병원에 자주 갈수록 돈을 벌게 되는 모순이 발생한다. 양쪽 상품에 모두 가입하면 실손형 상품으로 실제 지출된 의료비용을 그대로 보상받고 정액형 상품으로는 미리 정한 금액을 추가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병을 치료하는 데 지출된 비용 이상으로 보험금을 받게 되는 셈이다. 큰 병이 아니더라도 병원에서 고가의 의료검진을 받거나 장기 입원하는 등 가입자가 악의적으로 실손형 의료보험 상품을 이용할 수 있다. 이는 선의의 가입자가 더 많은 보험료 부담을 지게 되는 상황을 가져올 뿐 아니라 보험사의 재정건전성도 해칠 수 있다. 자동차보험 분야의 경우 도덕적 해이로 손보사들의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60%를 넘어서면서 만성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민영 의료보험도 자동차보험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다. 금융 당국은 생보사들의 실손형 의료보험시장 진출에 앞서 예상되는 문제점과 부작용을 미리 파악한 후 보완책을 마련했어야 했지만 이를 소홀히 했다. 시장이 실패할 것으로 예상될 때는 정부가 ‘보이는 손’을 내밀어야 한다. 실손형 상품에 대한 중복조회 시스템을 구축해 이중가입에 따른 피해를 줄여야 한다. 또 가입자들의 도덕적 해이를 초래할 수 있는 요소는 제도보완으로 미리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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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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