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기고] 기업간 협업에서 길을 찾다


기회비용을 잘 따져 자신이 잘 할 수 있는 영역에 몰두하는 것과 모든 영역을 혼자 떠 안는 것에는 큰 차이가 있다. 요즘처럼 경기가 어려운 때일수록 분담ㆍ교환이 갖는 의미는 더 크다. 새로운 시장에서 공고한 입지를 신속하게 구축하려면 자원ㆍ비용을 공유해 경쟁우위를 높일 필요가 있다. 연구개발(R&D)ㆍ제조ㆍ마케팅 등에 특화된 전문기업이 핵심 역량 분야만 직접 수행하고 나머지는 상호 협력해 조달하는 방식으로 기업 간 협업을 하면 하나의 기업이 모든 공정을 관리하는 데 소요되는 시간을 줄이고 각 기업의 주력 분야에 집중할 수 있다. 핵심역량 분야만 직접 수행하고 대부분의 기업들은 자사가 속한 비즈니스 생태계 전체의 관점에서 경영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전통적 산업에서는 해당 산업의 매력도와 개별 기업의 내부역량만으로 성패가 좌우됐지만 오늘날은 다르다. 상호 의존의 중요성은 더해가고 생태계 내 협력관계 및 생태계 간 경쟁의 결과에 따라 공생공멸의 운명에 처하게 된 것이다. 전 산업에 걸쳐 협업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그중에서도 특히 R&Dㆍ마케팅ㆍ생산의 삼박자가 맞아야 하는 IT기업에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낸다. 패널 특성 평가장비를 제조하는 에스피텍은 지난 1989년부터 디스플레이 평가ㆍ측정 관련 기술 연구개발에 몰두해 업계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하지만 측정장비 영업ㆍ마케팅에는 다소 한계가 있어 뉴젠텍에 협업을 제안했다. 뉴젠텍은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영업망을 잘 갖추고 있었고 해외영업 역량도 갖춰 우리의 단점을 보완해줄 수 있었다. 협업을 본격화한 2009년 73만2,000달러이던 수출은 현재 103만8,000달러로 증가해 얼마 전 100만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내년에는 200만달러 수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이미 협업이 보편화돼 있다. 연구개발ㆍ구매ㆍ생산ㆍ물류ㆍ마케팅 등 공급망 각 단계별로 전문화된 기업이 많고 이들 기업 간 협업이 일상화돼 있다. 기업 간 협업은 기술ㆍ제품과 산업의 융합을 촉진할 수 있다. 미국은 중소기업이 3차원(3D) 프린터를 활용해 새로운 아이디어를 시제품화한 후 인근 기술지원센터에서 기술자문을 받아 생산전문업체에 생산을 위탁했다. 완성된 제품은 온라인과 소셜 판매 등을 통해 조기 상용화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일본은 2005년 신사업활동촉진법을 제정하고 중소기업 간 협업에 46억엔의 예산을 지원해 3,000건의 상담과 118개 협업체를 구성했다. 이탈리아는 1980년대 중반부터 개별 중소기업이 아닌 기업 간 네트워크에 지원하는 방식으로 변경했다. 국내 중소기업 경영자 대부분은 '덩치가 큰 기업만이 성공할 수 있다' 'A부터 Z까지 기업 내에서 해결해야 한다'는 환상과 관념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전문화ㆍ대형화ㆍ국제화 과제를 해결해야 할 중소기업에 협업은 더 큰 시너지 효과를 가져다줄 것이다. 협업 잘 하면 규모의 경제 '성큼' 정부에서도 협업을 원하는 기업에 다양한 지원책을 제공하고 있다. 자발적으로 협업체를 구성하거나 PM을 통해 협업체를 구성한 뒤 온라인 협업정보시스템(www.cobiz.go.kr)에 승인 신청서 및 사업계획서를 제출하면 지방 중소기업청에서 현장평가와 심의를 거쳐 승인 결과를 알려준다. 협업체 승인이 난 후에도 꾸준히 관리해 준다. 중소기업진흥공단을 통해 융자 지원도 한다. 협업체 승인을 받은 중소기업이 자금계획을 신청하면 평가와 심의를 통해 지원이 이뤄진다. 중국의 저가 공세에 맞서려면 협업에서 길을 찾을 수밖에 없다. 협업을 통해 단일 기업의 한계를 뛰어넘는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려운 때일수록 '뭉쳐야 산다'는 선조의 말을 기억하며 새로운 도약을 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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