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ㆍ4분기에 국내 상장사들의 매출은 그런대로 양호한 수준을 보였지만 수익성은 예상치에 못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30일까지 2ㆍ4분기 실적 발표를 한 주요 업종과 종목을 분석한 결과 화학, 의약품, 전기전자, 유통업 등 8개 업종 22개 종목의 매출액은 모두 50조5,064억원으로 시장 예상치(49조8,011억원)보다 1.42% 높았다. 영업이익은 3조8,821억원으로 당초 예상치(3조8,464억원)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으나 순이익은 3조468억원에 불과해 기대치(3조2,285억원)를 5.63% 밑돌았다. 이 같은 ‘외화내빈’ 현상은 전기ㆍ전자 업종이 가장 심각했다. 삼성전자, 하이닉스, 삼성SDI, LG전자, LG필립스LCD 등의 매출액은 모두 25조1,926억원으로 당초 예상치를 2.16% 웃돌았으나 순이익은 1조5,323억원으로 7.56% 밑돌았다. 특히 전기ㆍ전자 업종 중 유일하게 예상치를 웃돈 삼성전자도 순이익이 1조5,093억원으로 그리 좋지는 않았지만 당초 전망치가 전분기의 80% 수준인 1조4,843억원 정도로 낮아지면서 초과 달성이 가능했다. 제약업종도 마찬가지다. 유한양행과 한미약품의 매출액은 예상치와 비슷했으나 순이익은 예상치보다 각각 15%, 57%씩 낮게 나타났다. 유한양행은 유한킴벌리에서 발생하는 지분법 평가 이익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 줄어들었고 한미약품도 영남방송 매각이익 반영이 3ㆍ4분기로 넘어가면서 크게 줄었다. 이 밖에 LG석유화학, LG화학 등 화학업종과 신세계, 롯데쇼핑 등 유통업종도 매출액은 비교적 양호한 성적을 거뒀으나 순이익은 모두 예상치를 밑돌았다. 반면 SBS, 삼성엔지니어링, 웅진씽크빅 등 서비스업은 매출액과 순이익 모두 예상치를 넘는 실적을 보였다. 또 은행업종도 대구은행, 부산은행 등 지방은행에 이어 지난 주말엔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가 양호한 실적을 발표했다. 전기ㆍ전자, 화학, 유통업 등 2ㆍ4분기에 실적이 부진했던 업종의 향후 전망은 다소 엇갈렸다. 최시원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휴대전화, 디스플레이 업종 모두 3ㆍ4분기에는 수요 증가로 업황 호전이 예상된다”며 전기ㆍ전자 업종의 투자의견을 ‘비중확대’로 늘렸다. 그러나 증권사들은 화학 및 유통업에 대해서는 “실적부진 추세가 이어질 수 있어 업종 대표주 위주로 압축 투자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직 실적발표를 하지 않은 조선, 자동차업종의 경우 조선업종은 양호한 실적이 예상되고 있는데 반해 자동차주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많다. 조인갑 서울증권 애널리스트는 “국내 조선업체는 시장의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수주 잔량이 최대치를 이어가고 있다”며 “장기 호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반면 김학주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자동차주에 대해 해외판매 둔화 등을 이유로 투자의견 ‘중립’을 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