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기관 매물 폭탄… 코스피 발목 잡히나

투자자 펀드 차익 실현

14일간 2조4000억 팔아

외국인과 엇박자 매매


'시장을 사는 외국인, 수익률을 사는 기관.'

한 증권사 보고서가 최근 주식시장 상황을 이같이 정리하면서 외국인이 국내 주식을 골고루 매수하며 유가증권(코스피)시장을 이끌고 있는 반면 기관은 차익실현에만 급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코스피시장의 상승세가 기관의 매물 폭탄에 발목을 잡힐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일에 비해 13.61(0.63%) 하락한 2,159.80을 기록했다. 이날 오전 한때 코스피지수는 2,189.54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4,341억원에 달하는 기관의 매도세에 밀려 뒷걸음질쳤다.

최근 코스피지수가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자 기관들은 펀드 환매에 대응하거나 수익실현을 위해 매물을 쏟아내고 있다. 기관은 이달 들어 18거래일 중 14일간 순매도했으며 전체 순매도 금액은 2조4,429억원에 달한다. 이 기간 동안 기관이 가장 많이 처분한 종목은 삼성전자(8,080억원)였다. 삼성물산(1,756억원), LG디스플레이(1,507억원), 현대제철(1,171억원), 현대모비스(1,114억원) 등 대형 수출주들도 기관의 순매도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기관 매도 물량의 대부분은 투신에서 나오는 펀드 환매다. 최근 9거래일 동안 투신은 1조6,845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지난 14일 코스피지수가 3년 8개월 만에 2,100선을 돌파하며 박스권에서 벗어나는 흐름을 보이자 국내 주식형펀드에 돈을 넣었던 투자자들이 대거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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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2일까지 국내 주식형펀드(공·사모 합계, 상장지수펀드 제외)는 16거래일 연속 순유출을 기록 중이다. 16거래일 동안 국내 주식형펀드의 순유출액은 2조1,485억원에 달한다. 3월부터 국내 주식형펀드가 순유입을 기록한 날은 5거래일에 불과하다.

연초 후 순유출액이 큰 펀드들을 보면 순자산이 1조원 내외인 '공룡펀드'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21일 기준 'KB밸류포커스'는 연초 후 가장 많은 순유출액(4,149억원)을 기록했다. 한국투자네비게이터(순자산 1조1,257억원)에서 2,557억원, 신영밸류고배당(순자산 3조4,066억원)에서 2,368억원, 신영마라톤(순자산 9,589억원)에서 1,057억원이 빠져나갔다.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인덱스펀드나 코스피200 일일 등락폭의 1.5배 이상을 추구하는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에서도 거액이 유출됐다. '교보악사파워인덱스 1(주식-파생)ClassA(-2,515억원)' 'NH-CA1.5배레버리지인덱스 [주식-파생]Class A(-2,450억원)' 'NH-CA코리아2배레버리지[주식-파생]ClassA(-1,787억원)' 등이 2,000억원 내외의 순유출액을 기록 중이다.

증권사들이 속한 금융투자도 13일 이후 매 거래일 순매도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달 금융투자사들은 7,400억원가량 순매도를 기록하고 있다. 심상범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증권사에 레버리지 ETF 환매요청이 들어오면 증권사와 운용사 간 매매가 이뤄진 뒤 증권사는 운용사로부터 레버리지 ETF에 들어 있던 종목을 돌려받게 된다"며 "금융투자의 순매도는 대부분 증권사들이 이 주식을 매도하면서 발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증시가 박스권을 돌파하자 자기자본으로 거래하는 증권사 프랍트레이더들이 국내 주식을 매도하는 것도 하나의 이유로 꼽힌다.

보험도 이달에만 3,668억원어치의 코스피 주식을 팔아치웠다. 단기자금이 필요한 자동차·손해보험사 등이 차익실현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올 들어 순매수 행진을 이어온 연기금도 21일 순매도세로 전환한 뒤 4일간 코스피 주식을 1,995억원어치 매도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펀드 환매가 진정돼야 코스피가 다시 상승세를 탈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4월 중순까지 환매세가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지만 지난주 그리스발 글로벌 유동성 축소 우려, 최근에는 코스닥 과열에 대한 우려 속에 환매세가 다시 강해지고 있다. 국내 주식형펀드 환매물량은 14일 42억원까지 줄었다가 15일부터 21일까지 매일 수천억원씩 환매됐다. 조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그리스에 대한 우려와 함께 증시 급등에 따른 불안감이 조성되면서 투자자들이 지난주부터 환매에 속도를 내고 있다"며 "환매가 진정되기 위해서는 코스피지수가 2,100선을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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