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생보사 상장 논란

어느 마을에 떡을 만들어 파는 사람이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그가 만든 떡을 많이 소비해줬기 때문에 사업이 번창할 수 있었다. 어느 날 몇 사람이 찾아와 말했다. “당신은 그동안 마을 사람들 덕분으로 성공했으니 감사의 표시를 해야 한다.” 그가 물었다. “제가 어떻게 하면 됩니까.” 그들은 말했다. “당신 사업의 지분 3분의1을 마을 기금으로 내놓아야 한다.” 감당하기 어려운 주문이라고 하자 그들은 다시 말했다.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떡집을 운영하는 대신 당신의 떡을 팔아줬으니 당신 사업의 진짜 주인은 마을 사람들이다.” 다시 항변하자 그들은 “당신은 그동안 떡의 재료를 부실하게 써서 마을 사람들을 속여왔으니 이에 대한 배상을 해야 한다”고 몰아세웠다. 시민단체 공청회 불참 유감 20년 가까이 생보사 상장과 관련해서 지속돼온 논쟁의 본질은 앞의 떡집 이야기와 동일하다. 일부 학자 및 시민단체들이 첫째, 생보사는 주식회사의 요건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에 보험계약자가 실질적 주인이며 둘째, 계약자에 대한 과소 배당을 통해 주주의 부를 축적했다는 이유를 들어 상당한 지분을 보험계약자의 몫으로 내놓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생보사의 상장이 계속 미뤄져왔다. 물론 생보사의 성장 과정에 보험계약자의 기여가 매우 컸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며 이에 대한 보답으로 주주가 상장을 통해 얻게 되는 이익의 일정 부분을 보험계약자와 공유해야 한다는 주장 또한 법적 타당성을 떠나 정서적으로는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공감은 앞에 언급된 바와 같은 일부 학자 및 시민단체의 주장에 대한 동의와는 별개의 문제일 것이다. 지난 13일 상장자문위는 공청회를 통해 생보사가 주식회사의 실질적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는 주장은 법적, 경제적 측면에서의 타당성을 결여하고 있으며 계량적 검증의 결과 과소배당의 주장을 뒷받침할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는 잠정 결론을 발표했다. 대표적인 시민단체들이 격렬하게 반발하고 있기는 하지만 누구의 주장이 옳고 그름을 떠나 이번 공청회는 적어도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갖는 것으로 생각된다. 첫째, 계약자 배당의 적정성을 검증하는 수단으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감독 기준인 자산할당(asshare) 방식과 학문적 기법인 옵션 모형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는 논리에만 의존할 경우 발생할 수도 있는 판단의 오류를 방지하기 위해 과학적인 검증 기법을 동원해 사실관계를 규명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둘째, 시민단체 등의 주장이 타당성을 결여하고 있다는 결론에도 불구하고 상장자문위가 생보사의 성장 과정에 대한 보험계약자의 기여를 부인하거나 상장으로 인해 발생하게 될 주주의 이익을 보험계약자에게 나눠주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이는 곧 보험계약자의 기여에 대한 정당한 평가와 보상을 보다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방법론에 의해 결정할 필요가 있음을 지적한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보상 문제 토론으로 풀어야 이렇게 볼 때 그동안 가장 활발하게 자신들의 주장을 내세웠던 경실련과 참여연대의 양대 시민단체가 공청회 참석을 거부한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 특히 “상장자문위가 미리 결론을 정해놓고 논리를 짜맞췄다”는 것을 불참의 이유로 내세운 것은 수긍하기 어렵다. 이번 공청회는 최종 결론을 발표하는 자리도 아니었으며 그 발표 내용 또한 시민단체들의 주요 논리에 무리가 있다는 것을 지적했을 뿐 생보사의 성장에 대한 보험계약자의 기여 자체를 부인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보험계약자에 대한 정당한 보상의 문제는 결론만을 가지고 다투기보다는 냉정하게 사실관계를 하나씩 짚어나가면서 성숙된 태도와 합리적인 토론을 통해 풀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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