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동십자각] 그린스펀 충격과 선진증시

앨런 그린스펀 미연방준비위원회 위원장의 연임 소식이 밀레니엄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었다.지난 5일 국내 주가를 사상최대 폭락을 가져온 것은 다름아닌 그린스펀위원장이 빌 클린턴 미대통령으로부터 재신임을 받았기 때문이다. 세계금융계는 그의 건재를 금리인상 불가피로 받아들였다. 금리인상 예측은 상승세를 구가하던 세계증시를 뒤흔들어 놓았던 것이다. 혹자는 이를 전세계 자본시장의 동조화현상으로 분석하고 있지만 우리의 경우 그 충격이 도를 지나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미국증시가 기침만 해도 우리 증시는 독감이 아니라 사경을 헤매는 지경이니 동조화가 아니라 예속된 상황이 아닌가 하는 자조감까지 갖게 된다. 밀레니엄주가에 대한 기대감에 부풀어있던 투자자들은 새천년 벽두부터 이같은 현실을 뼈저리게 느꼈을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국증시 동향에 예민해 있던 주식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새벽 별보기 운동을 일상화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 미뉴욕증시가 우리시간으로 새벽에 끝마치니 다우니 나스닥의 움직임을 보고 난 뒤 투자전략을 세울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미국경제를 대표하는 그린스펀 위원장 발언의 무게는 앞으로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린스펀 재신임이라는 외부변수가 우리증시에 미친 충격을 보며 새삼 그린스펀이라는 인물에 대해 생각을 다시하게 된다. 그를 언제부터인가 세계 경제대통령으로 칭하기 시작했다. 팍스아메리카를 구가하는 현 세계질서속에서 미국경제를 대표하는 인물인 그의 위상과 무게는 새삼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그린스펀위원장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점은 그의 화술이다. 그는 조금은 어눌한 표정으로 조심스럽게 답변한다. 그는 예스나 노라는 명확한 답을 주지 않으면서 눌변으로 일관한다. 일반인들은 그린스펀위원장을 보면 마음씨 좋은 노인네가 무언가 중얼거리고 있구나하는 인상을 받게 된다. 그린스펀위원장의 이같은 화술 때문에 제자들에게 화두를 던지는 노선사의 모습을 연상시킨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그린스펀교도(?)(대부분 금융관계자나 증권애널리스트들)들은 이 노선사의 말 한마디 한마디를 놓치지 않는다. 명확한 답을 주지 않으니 그의 답변 전체를 해석하기에 바쁘다. 교도들은 발언의 전체 기조가 미국경제를 다소 낙관하는 듯한 말을 하면 금리인상 없음으로 받아들인다. 또 그가 미국경제를 우려하는 쪽에 무게를 두면 금리인상 임박으로 분석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린스펀이 교도들을 실망시키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들의 분석과 해석이 거의 현실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대통령으로 다시 등장한 그린스펀위원장이 펼치는 예측가능한 경제정책이 우리나라에서도 신천년에는 이루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예측가능성이 높아질 때 우리 증시도 선진증시에 한발짝 다가선다 HJCH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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