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정긴축·통화확대병행을/오용석 종금협회 경제연연구위원(특별기고)

◎동시감축땐 총수요 감소 불황심화 우려 커○거시경제정책이 없다 작금의 경기 불황은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 혹자는 이미 저점을 지났거나 적어도 지나가는 중으로 진단하여 곧 회복세로의 반전을 예측하고, 혹자는 현재의 침체상태가 앞으로도 상당기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한다. 물론 각양각색의 절충적인 예측도 가능하다. 경기진단 내지 예측이 중요한 까닭은 정책 처방의 내용이 이에 따라 달라지고 이는 다시 향후 경기에 커다란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조만간 경기회복이 예상될 경우 과도한 단기부양책은 곤란할 것이나, 장기침체가 예상되는 국면에서는 거시경제적 단기처방이 시급히 요청될 것이다. 이와같은 과정을 통해 오늘의 경제상황은 어제의 정책결정을 반영하고 오늘의 현실인식 및 정책적 판단이 내일의 경기 상황에 투영되는 것이다. 먼저 오늘의 심각한 경제위기가 정책당국의 안이한 현실인식에서 비롯되었고 적절한 거시경제정책의 부재 내지 실종에 의해 더욱 증폭되었음을 지적하고자 한다. 주지하듯이 지난 수년간의 급속한 자본자유화로 외자의 과다유입 및 원화가치의 고평가가 초래되었는 바, 특히 근래의 엔화 약세를 계기로 수출경쟁력이 현저히 약화되고 결국 총수요 부족에 따른 거시경제적 침체로 이어져 왔다. ○돌격대식 처방만 난무 이른바 「고원경기론」내지 「경기 연착륙론」을 내걸면서 급락하는 현실경기를 방치하였으니 정책당국 및 관변 연구단체의 이에 대한 책임이 크다고 아니할 수 없겠다. 사상 최대규모의 경상수지 적자상황에서도 정통적인 거시경제적 단기처방은 아예 무시된 채 새삼스레 「고비용 저효율경제」의 구조적 문제들을 들쳐내며 미시적인 중장기 처방만을 되풀이했던 것이다. 돌격대식 졸속구호인 「10%이상 경쟁력 높이기」나 노동시장의 구조조정이란 난제를 노동법의 날치기 통과정도로 풀어보려는 데서 당국의 경제문제에 대한 인식수준 및 대처능력의 진면목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하겠다. 비록 때늦은 감은 있으나 강경식 경제팀에 이르러 거시경제적 정책대응을 개시한 것은 다행스런 일이다. ○엔고 효과 극대화해야 긴축적 재정관리 및 민간부문의 과소비 억제 등으로 최대 현안인 경상적자 감축을 도모함은 당연하기까지 하다. 다만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지속시킨 결과 재정긴축에 의한 금리 인하 및 환율 상승효과가 대부분 상쇄되어 경상수지 개선효과가 기대한 만큼 가시화되지는 못하는 것으로 본다. 지난 수개월간 회사채금리가 12%대의 안정적인 수준에 머물렀음에도 통화당국은 콜금리 등 단기금리의 하향안정화및 원화가치 절하추세를 빈번한 통화환수 및 외환시장 개입으로 저지시켰던 것이다. 멕시코의 외환위기가 과도한 경상적자에 따른 페소화의 당연한 절하추세를 굳이 환율 안정화란 명목으로 저지하려는 데서 촉발됐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무엇보다도 재정 및 금융의 동시적 긴축에 의한 국민경제의 총수요 감축이 불황의 골을 더욱 깊게 하고 이를 장기화시킬 가능성을 크게 우려한다. 신규고용 사정의 악화가 이미 심각한 상태고 이제는 고용사정 전반의 악화까지 우려되는 상황이다. 이와 같이 축소지향적 거시정책의 논거로 종종 잠재성장률에 상응하는 안정성장론을 들기도 하나, 지난 시절 부진했던 사회간접자본투자및 이에 의한 성장 잠재력 훼손을 먼저 직시하여야 한다. 한보 및 삼미의 연쇄부도등 이미 엄청난 구조조정 비용을 지불한 국민경제가 더이상의 고통과 비용을 감내해야 할 필요나 이유는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긴축적 재정정책 및 확대적 통화정책의 병행실시로 원화가치의 고평가에서 비롯된 현재의 위기상황에 정면 대처하여야 한다. ○물가상승 효과 미미 재정긴축 및 금융확대의 상승적 보완작용으로 원화가치가 조속히 실세화되면 그간 훼손되었던 수출경쟁력의 회복으로 경상적자의 대폭 감축이 가능해진다. 이와 관련하여 통화당국이 90년대 전반중의 과도한 외자유입 및 이에 의한 원화강세를 저지하기 위하여 수동적·내생적인 통화증대로 외환시장에 개입했던 경험만을 믿고서 능동적·외생적인 통화증대의 원화가치 절하효과를 애써 무시하는 실증적 우를 범하지 말 것을 권고한다. 재정긴축 및 통화확대의 병행 추진이 경기대응적 확장 정책이 아님은 분명하다. 여전히 총수요의 물가중립적 관리를 해내면서도 경제활동 수준의 안정적 유지 및 고용불안의 상당정도 해소가 가능할 따름이다. 총수요 부족에서 비롯된 지금의 불황기에는 오히려 재정긴축을 상회할 정도로 통화를 적극 확대하여도 물가상승의 여지가 미미할 것으로 본다. 다만 엔화의 대미달러 약세가 본격화하는 등 해외여건 변화시에는 상응하는 수준으로 재정긴축 및 통화확대의 정도를 점차 완화시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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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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