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김재원의 I-월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코리아

[김재원의 I-월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코리아「가족적」이라는 단어가 주던 따뜻함이 일종의 지겨움으로 변한 것은 「친족경영」 또는 「씨족경영」의 기업들이 자의적(恣意的)인 자금운용이나 인사이동 등에서 보여준 불투명성과 무책임에서 비롯된다. 지금 우리가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경제적 위기감도 출발점은 거기다. 벤처는 기업 형태에 있어서나 경영의 투명성에서 과거기업 보다는 상위 레벨에 속하면서도 「가족적」이다. 부부나 부자지간이 한 기업을 경영한다고 해서 대뜸 씨족 경영이라고 싸잡아 매도할 수는 없다. 유럽이나 중국이나 싱가폴의 성공 사례가 의외로 많기 때문. 왕성한 벤처정신으로 창업, 지금도 벤처업계의 귀감으로 인정받고 있는 이탈리아의 세계적 패선 브랜드 베네통조차 온집안 식구가 다 달려들어서 만든 기업. 동일 기업내의 가족정신이 아름답게 평가받은 대표적인 케이스다. IMF까지 포함해서 우리가 지금 겪고 있는 경제난국은 스마트한 경제논리로 설명하기 보다는, 씨족사회의 극복이라는, 좀 창피한 명제와 맞서 있다. 더욱 창피한 것은 몇 차례에 걸친 정권조차 이런 씨족그룹들에게 코가 꿰든가, 알맞은 체위를 골라 가며 그들과의 공생을 도모해 왔다는 점이다. 혁명이라 불리는 것조차 재벌들과의 교접태위나 조절하다가 끝장나기도 했다. 성씨(姓氏)와 경영의 분리가 우리에겐 시급한 과제다. 어느 재벌그룹 하면 이씨, 또 다른 그룹은 정씨, 그리고 또 다른 그룹은 구씨 등으로 표현되는 씨족사회현상은 투명한 전문경영인 시대로 바뀌어야 한다. S그룹에 종사했다 하면 H그롭이나 D그룹에서는 원수 취급하거나, A 그룹의 임원급 정도가 B나 C그룹으로 옮기면 마치 「몸파는 남자」처럼 취급하려는 어설픈 풍토 역시 아마추어들이 맨발에 땀흘리며 뛰던 동네 축구에 지나지 않는다. 미국도 포드가(家)니 록펠러가(家)니 하는 씨족 위주의 재벌이 성립된 나라지만, 미국은 자본주의의 종주국답게 일찌감치 자본과 경영을 분리했다. 전문경영인을 가리켜 종이라면서 스스로 주인 이상임을 과시하려던 어느 재벌 총수의 국회 청문회 발언은 이 나라 모든 직장인과 전문인을 종의 자리로 내몰았고 가족적이란 단어를 지겨웁게 했다. 벤처쪽에서 「CEO 마켓」의 바람이 불기를 기대한다. 피나 살이나 하다 못해 땀이라도 섞여야 행세를 하고 인정 받는 토정비결식 경영이 아니라, 능력과 실적으로 인정받는 CEO들이 알맞은 조건으로 자유롭게 옮겨 다니고 평가받는 「CEO 마켓」이 성립된다면 그 때쯤 우리는 한국 기업이 갖추기 시작하는 프로페셔널리즘에 대해서 담론하게 될 것이다. /코리아뉴스커뮤니케이션 회장 COMMUKIM@DREAMWIZ.COM입력시간 2000/08/11 10:16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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