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한몫 챙기고 튀자" 모럴해저드까지

■ 코스닥 머니게임 기승부실社 경영권 수시로 사고파는 '폭탄돌리기' 성행 일부 코스닥기업 사주들의 '모럴 해저드'는 이미 도를 넘어섰다는 게 증권가의 중론이다. 이들의 꿈은 오직 코스닥시장에 등록해 한몫 챙기고 튀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일부 증권전문가들은 "코스닥은 시장이 아니라 투전판"이라고까지 한다. 머니 게임에만 열중할 뿐 기업을 알차게 가꾸려고 노력하는 경영인들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이다. 소프트윈이나 동우의 경우처럼 등록되자마자 기업을 팔아치운 것은 매우 극단적인 경우지만 올들어 100개가 넘는 회사의 대주주가 바뀌었다는 것은 이들이 경영보다는 '돈'에만 관심이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코스닥 등록이 기업경영을 위한 자본조달처가 아니라 대주주가 고가에 지분을 매각하는 도구로 전락한 것이다. 부도덕한 대주주들은 머니 게임에 능한 컨설팅회사 등에 지분을 통째로 매각하고 이런 과정에서 그럴듯한 소문을 내 주가를 띄워 개인들의 주머니를 털어가고 있다. ▲ 경영권 매각을 주가조작의 기회로 활용 신규등록기업인 동우와 소프트윈의 사례는 대주주 지분매각의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특히 올들어 정보통신경기 침체가 심해지면서 부실기업 대주주들이 컨설팅회사 등 금융전문가에 지분을 팔고 시장을 떠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통상 이 과정에서 업종 변경을 재료로 주가가 급등했다 돌연 급락하며 투자자들을 멍들게 한다. 호출기업체인 서울이동통신은 지난 6월 최대주주가 증권가 출신의 대주주가 바뀌면서 뚜렷한 이유 없이 주가가 급등했다. 이 회사는 호출기시장이 사라지며 사실상 영업이 중단된 상태로 아직까지 이렇다 할 사업비전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플랜트업체인 휴먼이노텍은 지난해 7월 대주주가 세 차례나 바뀌었다. 7월 최대주주가 금융컨설팅 전문회사인 '편리한 기업 캐피탈'로 바뀌었다가 8월 다시 원래의 최대주주로 바뀌는 등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부실 금융회사인 산은캐피탈과 신흥상호신용금고를 사들였다 되팔았고 최근 발행한 휴먼이노텍 우선주는 수십일째 상한가를 기록했다. 인수후개발(A&D)주로 한때 주가가 이상 급등했던 바른손은 지난해 초 최대주주인 미래랩이 장내 매각으로 손을 털은 후 9차례나 최대주주가 바뀌며 이렇다 할 주인이 없이 표류하고 있다. 대주주들이 경쟁적으로 지분을 팔아치워 지난해 5월 미래랩으로 최대주주가 바뀌었고 지난해 11월 미래랩에서 헤지펀드인 코리안 인핸스드 토탈 리턴 인베스트먼트로, 올 6월에는 타이거 아시아 캐피탈에서 아웃블레이즈로 다시 바뀌는 등 현기증이 날 정도로 주인이 교체됐다. ▲ 경영권매각기업은 부실기업 '폭탄돌리기' 코스닥의 대주주 매각 사례는 대부분 자본잠식ㆍ영업적자 등의 부실기업을 비전문가인 금융인들이 인수하고 있는 게 문제다. 사오정 전화기로 한때 이름이 알려졌던 와이티씨텔레콤은 사오정 전화기 이후 이렇다 할 실적을 내지 못하자 벤처투자 전문가에게 지분을 매각했다. 와이티씨텔레콤은 이후 사업비전을 제시하지 못했고 지난 반기보고서에서 거래자료 미흡으로 감사인으로부터 부적정 판정을 받았다. 코스닥기업 중 장사가 안 된다 싶으면 1년이 멀다 하고 업종을 변경하는 대주주들도 요주의 대상이다. 이들 대주주는 특정 분야에서 꾸준히 경쟁력을 키우겠다는 벤처정신보다는 시류에 영합해 한몫 챙기려는 도덕적 해이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실제 반도체업체인 A사는 주문형 반도체 설비 투자를 위해 공모자금을 모집하고 시장에 등록했지만 이후 반도체 경기가 시들해지자 전화기 생산으로 주력사업을 바꿨다. ▲ 부실기업 퇴출제도 강화 시급 전문가들은 부실기업을 신속히 시장에서 퇴출시켜야 이 같은 무분별한 지분매각이 발을 붙이지 못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이들 부실기업 대주주는 기업 갱생이 아니라 대주주간 인수재료를 흘려 고가에 자신의 지분을 매각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는 지적이다. 선진국처럼 퇴출대상에 영업정지ㆍ매출사기 등의 질적요건도 포함시켜 부실기업 대주주들이 주식을 갖고 장난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원근 한국증권연구원 연구위원은 "나스닥기업은 중대한 불성실 공시나 매출사기, 내부자거래 등이 발생할 경우 마켓메이커(주식 브로커와 달리, 특정 종목의 주식을 갖고 있으면서 해당종목의 매매체결을 중개하는 자)가 주식거래를 중개하지 않아 자동 퇴출되며 이와 별도로 퇴출심사위원회를 열어 퇴출 여부를 결정하는 이중의 부실기업 필터링(여과) 작업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병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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