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2006 獨 월드컵 결산] 노장 활약 빛났다

"큰 대회선 경험·관록이 신예 패기 앞서" <br>우승팀 평균 28세로 44년만에 '최고령' <br>'젊은피 수혈' 실패… 세대교체 과제로

지난 한 달동안 지구촌을 달군 2006 독일월드컵축구는 노장들의 활약이 두드러진 대회였다. 좋은 성적을 거둔 팀의 주전 대부분이 4년 전인 한ㆍ일 월드컵 때도 팀을 이끌었던 것. 세계 최대의 축구 국가대항전인 월드컵은 성적표가 곧 그 나라 축구 전력을 반영하기 때문에 선수 구성에서부터 경험과 관록을 중시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바꿔 말하면 ‘젊은 피’ 수혈에 실패하면서 세대교체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10일 새벽 결승에서 맞붙은 ‘아트사커’ 프랑스와 ‘아주리 군단’ 이탈리아가 대표적인 예. 두 팀은 대표팀 23명의 평균 연령을 봐도 프랑스가 28.4세, 이탈리아는 28.3세로 전체 본선 진출 32개팀 중 노쇠한 편이다. 특히 주전들은 평균 연령이 30세를 훌쩍 뛰어넘는다. 프랑스의 경우 71년생 35살의 노장인 주전 수문장 파비앵 바르테즈를 필두로 지네딘 지단과 릴리앙 튀랑이 34살로 동갑이며 클로드 마켈렐레, 파트리크 비에라등이 모두 30세를 넘겼다. 이탈리아도 알레산드로 토티와 마르코 마테라치, 필리포 인차기, 프란체스코 토티, 마우로 카모라네시, 파비오 칸나바로 등 주전 대부분이 30세 이상이다. 이러다 보니 이번 대회 우승팀은 이미 평균연령 28세 이상 팀으로 결정됐다. 지난 1962년 칠레 대회부터 10번의 대회를 치르는 동안 우승팀 평균 연령은 모두 28세 이하였기 때문에 무려 44년 만에 기록을 깬 셈이다. 이처럼 노장 팀들이 힘을 발휘하면서 적절히 세대교체를 이룬 뒤 독일 월드컵을 맞은 팀들은 기대만큼 성적이 나오지 않았다. 평균 연령이 26.4세로 그나마 젊은 독일이 개최국 홈어드밴티지를 살려내며 준결승까지 올랐지만 스페인과 잉글랜드(이상 평균 연령 25.5세), 아르헨티나(평균 연령 26.2세) 등 대회 개막 전부터 우승후보로 거론됐던 팀들은 모두 16강 또는 8강 문턱에서 주저 앉았다. 평균 연령 24.9세로 가장 젊은 팀이었던 스위스의 경우 조별리그를 1위로 통과하며 기세를 부렸으나 경험 부족 때문에 우크라이나와 16강전 승부차기에서 한 골도 넣지 못하는 치욕을 겪으며 퇴장해야 했다. 이처럼 이번 대회 결과만 놓고 보면 노장과 신예의 차이는 극명하게 드러난다. 큰 대회에서는 역시 노장의 경험이 신예의 패기보다는 한 수 위라는 것. 하지만 문제는 노장들은 은퇴한다는 점이다. 이미 독일의 올리버 칸과 포르투갈의 피구가 은퇴를 선언했고 프랑스와 이탈리아도 무더기 국가대표 은퇴가 예상된다. 또 무조건 노장이라고 노련미가 넘치는 것도 아니다. 최연장팀인 체코(평균연령 28.5세)는 조별리그 통과에 실패하며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위라는 명성에 먹칠을 했고 세계 최강 브라질(평균 연령 28.5세)도 8강에서 탈락한 뒤 적절한 세대교체를 하지 못한 것이 비난의 표적이 되고 있다. 이에 따라 4년 뒤 남아공 월드컵에서 이번 대회 상위 랭커들이 또다시 좋은 성적을 내려면 시급하게 세대교체를 이뤄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유럽팀의 경우 유로 2008(2008 유럽선수권) 예선이 코앞이라 하루라도 빨리 세대교체를 해야 향후 국가의 축구 성적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 역시 이번 대회에서 평균연령은 26세로 비교적 젊은 축에 들었지만 주전 대부분이 여전히 한ㆍ일 월드컵 멤버였던 터라 중장기 프로젝트를 가동, 세대교체를 이뤄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관련기사



박민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