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의 길 GQ에 있다] 한국경제 '중진국 함정'에 빠지나 성장률 2%P 더 늘려야 "선진국 가능" 신경립 기자 klsin@sed.co.kr 관련기사 '선진국 가는 길' 소비회복에 달려 “지금 한국 경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과제는 강한 성장이다.” (허버트 나이스 전 IMF 아태담당국장) “한국 경제는 성장여력이 남아 있는 향후 10년간 최대한 성장 질주를 해야 한다.” (후카가와 유키코 와세다대 교수) “차기 정부의 가장 시급한 과제는 둔화되는 경제성장 속도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마커스 놀랜드 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서울경제가 ‘선진국의 길 GQ에 있다’ 시리즈를 게재하면서 인터뷰한 해외 전문가들의 이구동성이다. 참여정부는 지난 5년간 4% 중반대의 경제성장률에 대해 “괜찮은 수준”이라며 7%대의 고성장은 개발연대 때나 가능한 수준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하지만 해외의 시각은 다르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넘어서기도 전에 잠재성장률이 4%대로 밀려나서는 한국이 영원히 중진국 대열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게 이들의 경고다. 성장률 5%의 벽을 넘어 6%대로 진입해야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다는 것. 더구나 성장률이 매년 하향 수렴하면서 지난 2003년 세계 11위였던 국내총생산(GDP) 규모는 13위로 밀려난 상태다. 한마디로 제자리도 지키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소득 2만달러=선진국’은 옛말=2006년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은 1만8,372달러. 올해, 늦어도 내년에는 2만달러 진입이 확실시된다. 하지만 한국 경제가 선진국에 바짝 다가서야 할 시점에 한국 경제의 발걸음은 무거워지고 있다. 국내 주요 연구기관이 예측한 올해 경제성장률은 지난해보다 둔화된 4.5%선. 참여정부 들어 지난 4년의 성장률은 4.25%로 전세계 성장 속도를 밑돌았다. 1997년 외환위기 이전 7~8%대의 고속 성장을 구가했던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이 약화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 등 일각에서는 소득 2만달러 수준에서 4%대의 성장률을 저성장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미국ㆍ일본 등 2004년 현재 소득 3만달러를 웃돈 일명 ‘아너스클럽(Honor’s Club)’ 19개국이 소득 2만달러에 진입하기 직전 5년간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3.8%로 참여정부가 이룩한 평균 성장률보다 0.45%포인트 낮다는 것. 하지만 미국ㆍ일본 등이 2만달러를 돌파한 1980년대 당시와 2007년 현재를 동일선상에서 비교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민간 경제연구소의 한 박사는 “구매력 기준으로 볼 때 과거의 소득 2만달러는 현재의 3만~4만달러와 맞먹는 성과로 봐야 한다”며 “결국 선진국 대열에 끼지도 못한 상태에서 성장 속도만 선진국 수준으로 둔화됐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1인당 소득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치인 2만9,936달러보다 1만달러 이상 낮은 수준. 아너스클럽 19개국의 경우 2004년 현재 평균 소득이 3만9,602달러로 한국과의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다. ◇수년 후에는 성장의 ‘불씨’마저 꺼진다=2000~2004년 5년간 평균 GDP 성장률은 5.4%였다. 2002~2006년 평균치는 4.8%에 그친다. 올해 4.5% 성장할 경우 2003~2007년 평균치는 4.3%로 더 떨어진다. 이처럼 한국 경제의 성장률 하락 추세는 눈에 띌 정도다. 우리 경제의 성장여력을 나타내는 잠재성장률도 매년 떨어지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올해부터 오는 2016년까지 10년간의 잠재성장률이 4.2%에 머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과거 10년에 비해 0.9%포인트 낮아진 수준이다. 더 심각한 문제가 시작되는 때는 10년 뒤다. 급속도로 진전되는 고령화ㆍ저출산 추세로 인해 2017년 이후 한국은 15~64세의 생산가능 인구가 감소세로 돌아서기 때문이다. 성장의 기본요소인 노동 투입이 줄어들면 그나마 아직 살아 있는 성장의 불씨가 꺼질 수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지금과 같은 경제구조에서 저출산ㆍ고령화 사회를 맞이할 경우 2030년대에는 잠재성장률이 1%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장기 전망을 제시한 바 있다. 이처럼 더딘 성장 속도로는 한국 경제의 1인당 국민소득이 3만달러에 도달하는 것은 2016년에나 가능하다. 그때쯤이면 다른 선진국의 소득 수준은 한국과 더 큰 격차를 나타내고 한국보다 경제규모가 작은 나라들이 성장동력을 살려 한국을 추월할 가능성도 높다. 실제 세계은행에 따르면 참여정부 이전에 GDP 규모가 세계 11위이던 한국은 가파르게 성장하는 인도와 러시아에 밀려 2006년 현재 13위로 떨어졌다. 지난해 한국의 경제규모가 5%의 완만한 성장세를 보이는 동안 인도와 러시아는 각각 9.2%와 6.7%의 성장률을 기록했다. 앞으로 한층 성장세가 둔화되고 고령화의 파장까지 겹친다면 한국과 GDP 경쟁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멕시코ㆍ터키 등에도 밀릴 수 있다. ◇2%포인트가 선ㆍ중진국 기로 좌우=한국의 선진국 진입 여부는 앞으로 10년이 좌우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성장여력이 있을 때 잠재성장률을 현재 4%에서 6%대로 높이지 않으면 영원히 중진국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얘기다. 차세대 성장산업 발굴과 서비스산업의 경쟁력 확보, 여성이나 고령자 인력의 활용, 기업들의 원활한 자금조달 등을 통해 ‘투자 부진-경제 저성장-고용 악화-소비 부진’의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선진국 진입에 부족한 2%포인트를 메워야 한다는 것이다. 한상완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본부장은 “한국이 세계 경제와 비슷한 속도로 성장한다면 소득 3만달러를 달성할 즈음 선진국들의 소득 수준은 평균 5만달러 이상으로 도약한 상태”라며 “한국이 ‘중진국 함정’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아직까지 부진한 내수 부문의 확대를 통해 2%포인트의 차이를 메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황인성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도 “지금처럼 두자릿수의 수출증가율이 지속되는 대외 여건 호조 속에서는 성장률이 적어도 6%대에 달해야 한다”며 “지금과 같은 수출 호조 상태에서 소비와 투자 부문이 활성화된다면 잠재성장률이 2%포인트가량 높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입력시간 : 2007/08/27 16: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