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한미銀 합병 칼라일측 부정적
하나은행과 한미은행의 합병협상이 무산위기로 치닫고 있다.
신동혁 한미은행장은 7일 "새 대주주인 칼라일그룹이 하나은행과의 합병에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합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그러나 아직 공식적으로 결렬을 선언하거나 금감위에 결렬사실을 통보한 상태는 아니다"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한미은행은 신동혁행장등 경영진은 물론 금융당국까지 직접 나서 칼라일측을 설득했으나 성과를 보지 못한 것으로 보이며, 결국 결렬수순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을 낳고 있다.
양측간 합병이 공식 결렬될 경우 정부가 구상하고 있던 은행 추가합병 구도에 큰 차질이 불가피해 진다. 특히 칼라일측이 하나은행외에 별도로 구상중인 합병 시나리오가 있는지, 또 한미은행과 합병이 안되면 다른 방안을 찾겠다던 하나은행이 어떤 움직임을 보일지 주목된다.
◇왜 무산위기로 치달았나
합병결렬의 조짐은 한미은행이 칼라일측과 함께 가진 외자유치 기자회견에서부터 나왔다. 당시 김병주 칼라일아시아회장은 국내에서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던 두 은행간 합병에 대해 "하나은행의 자산을 실사해 본 뒤 결정하겠다"는 등의 미온적 태도를 나타냈다.
금융계에서는 주가상승에 따른 차익을 노리고 들어온 칼라일측이 하나은행과 합병 이후의 주가상승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칼라일측은 또한 상대적으로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하나은행의 대기업 여신의 부실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서는 칼라일측이 합병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한 전략적 차원에서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이에 따라 한미은행측은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좀 더 시간이 필요한 상태"라고 말해 왔고, 하나은행은 이에 대해 "언제든 다른 방안을 찾겠다"는 대응으로 일관했다.
◇은행합병 새로운 변수로 등장
두 은행의 합병이 공식 결렬되면 일단 정리되는 분위기였던 은행합병 구도에 또한번 회오리가 몰아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국민ㆍ주택은행간 합병외에 코메르츠방크가 외환은행의 정부주도 지주회사 불참을 공식 통보한 상태이기 때문에 하나ㆍ한미은행간 합병을 손꼽아 기다려 왔다.
진념 재경부장관이 기업금융은행간 추가합병을 시사한 것도 두 은행을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나은행은 일단 합병이 무산되면 일단 현재 추진 중인 금융지주회사의 설립을 가속화 하면서 다른 합병파트너를 찾아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아직 정식으로 결렬을 통보받지 않아 공식의견을 내기는 어려운 입장"이라며 "합병결렬에 대비 다른 여러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하나은행은 마땅한 합병파트너가 없다는 점이 고민이다. 금융계에서는 하나은행과 신한, 또는 외환은행과의 합병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신한은행은 이미 독자행보를 공식화한 상태고, 외환은행에 대해서는 대주주나 직원들이 부정적이어서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미은행 역시 하나은행과 비슷한 처지다. 이에 따라 일각에서는 두 은행 중 하나가 국민ㆍ주택합병에 추가로 합류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지만, 현재로선 그 가능성 역시 크지 않은 상태다.
김상연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