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월요 초대석] 천기흥 대한변호사협회 회장

대담 : 박민수 사회부장 <br>"로스쿨 도입 고급실업자 양산 우려"<br>정원제한 조건부 동의…기본 입장은 반대<br>법률시장 개방도 너무 서두르면 부작용만<br>법조계 불신 야기 전관예우등은 단호 대처


천기흥 대한변호사협회 회장은 최근 로스쿨 등 사법개혁에서부터 법률시장 개방 협상에 이르기까지 법률시장의 판도 자체를 바꿀 수 있는 사안들이 숨가쁘게 진행되면서 재야 법조계의 수장으로서 책임감이 무겁기만 하다. 재임기간 동안 이들 개혁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물줄기를 터놓아야 하는데 최근 법조계를 둘러싼 상황이 녹록지 않기 때문이다. 국민들이 법조계를 여전히 기득권층으로 보는데다 진보단체 등 사회 일각에 ‘수구(守舊)’ 이미지로 비쳐지면서 사회 여론이 그다지 좋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해를 받더라도 이 나라를 위해, 진실을 위해 할 말은 해야 한다는 게 천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개혁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라 올바른 개혁을 위해 공정한 토론의 장이 필요한데 제대로 우리의 실상을 알릴 기회가 부족하다고 항변한다. 그는 올 내내 뜨거운 이슈가 될 로스쿨에서부터 변호사 브로커 등 법률시장의 고질적 문제에 이르기까지 거침없는 의견을 털어놓았다. 천 회장은 처음부터 로스쿨 반대의 논리를 조목조목 설명했다. 그는 “사법부와 법무부가 로스쿨 도입을 결정하면서 변협도 조건부로 개혁에 동참했다”며 “하지만 로스쿨에 기본적으로 반대 입장”이라고 말했다. ◇로스쿨 찬성론의 함정=그는 우선 로스쿨 도입에 따른 ‘국제경쟁력 강화’ 논리의 허구성을 꼬집었다. 천 회장은 “국제경쟁력 강화는 로스쿨 도입이 아니라 영어를 잘하는, 경륜 있는 변호사를 많이 배출하는 데 있다”고 잘라 말했다. 변호사가 많아져야 법률서비스도 좋아진다는 논리도 허구라고 주장한다. 그는 “시장 경쟁은 국제거래, 대규모 기업 인수합병 자문 등 고급 시장에서 우수한 일부 사람들끼리 경합하면서 나타나는 것”이라며 “로스쿨은 저질 변호사도 함께 양산, 공익 기능이 훼손되고 고급 사기꾼만 늘어난다”고 강조했다. 현재 영국에서는 변호사가 테러자금 거래를 자문할 경우 당국에 신고하도록 하는 방안을 찬성하는 등 세계적으로 변호사의 공익성을 강조하는 추세에 있다고 천 회장은 덧붙였다. 그는 또 로스쿨이 도입되면 법학교육이 ‘고비용 저효율’ 구조가 될 뿐 아니라 로스쿨 입학을 위한 학원난립 등 현재의 사시 낭인 못지않은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천 회장은 “지난해 로스쿨을 도입한 일본에서 이미 이 같은 폐해가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 같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로스쿨 정원 제한 등 조건부로 로스쿨 개혁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당초 잠정적으로 합의했던 로스쿨 정원 1,200명선에 대해 교육계가 반대하는 움직임이 있어 우려된다고 그는 말했다. 일부 대학 교수들이 로스쿨 정원을 3,000명으로 못박자고 하는 등 당초 법안을 수정하려 하고 있다는 것이다. ◇법률시장 개방도 너무 서둘러=정부가 미국 등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추진하면서 법률시장 개방도 초읽기에 들어갔다. 천 회장은 독일이 섣불리 법률시장을 개방했다가 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영미 로펌에 초토화됐다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영국과 미국도 한국의 사정을 감안, 급격한 개방을 요구하고 있지 않는데 우리는 정부가 앞장서 개방 의사를 밝히고 있다”며 “일본처럼 18년에 걸쳐 천천히 단계적으로 개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개방론자들의 주장처럼 법률시장 개방으로 일자리가 늘어나고 서비스가 좋아지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산업연구원에 용역 의뢰한 결과 단순 법률서비스 수임료는 줄어들겠지만 국제거래 등 고급 사건 비용은 오히려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천 회장은 “일부 변호사가 외국 유수로펌으로 이동하고 외국 로펌이 법무사를 고용할 수 있겠지만 실질적인 고용창출은 미미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조계 신뢰회복 시급=그동안 법조계 불신을 야기했던 전관예우, 수임 비리에 대해서는 단호하게 대처해나갈 계획이다. 그는 ”법조계 불신은 우리가 자초한 면도 많고 홍보가 부족한 면도 있다”며 “전관예우ㆍ탈세ㆍ브로커 등 세가지 문제를 척결해나가는 데 총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먼저 법조계 고질적 비리인 사건 브로커 근절을 위해 변협의 자체 단속을 강화하기로 했다. 감찰위원회를 확대, 브로커 고용 의심 사무실에 대한 불시 단속을 실시할 방침이다. 지난해부터는 법조비리신고센터를 만들어 비위 변호사에 대한 징계도 엄하게 하고 있다. 전관예우 행태도 꼭 시정돼야 할 부분이라고 그는 강조한다. 천 회장은 “전관 변호사의 95%가 전관예우에 대해 억울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법조계 불신을 조장하는 전관예우는 극소수의 전관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대법관 출신 변호사가 아무 의식 없이 로펌에 들어가는 등 고위 전관들의 행태가 문제”라고고 꼬집었다. 이를 위해 사법개혁제도추진위원회가 추진하고 있는 중앙법조윤리위원회 설치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관 변호사는 퇴직 후 2년간 자기 사건을 지방변호사회를 통해 중앙법조윤리위원회에 통보하고 위원회는 해당 법원장과 검사장 등에게 이 사실을 알리는 것이 골자다. ◇약력 ▦43년 출생 ▦66년 서울대 법대 졸업 ▦67년 제8회 사법시험 합격 ▦83년 서울지검 검사 ▦85년 사법연수원 교수 ▦87년 서울지검 남부지청 형사3부장 ▦91년 변호사 개업 ▦2003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 ▦2005년 LG투자증권 사외이사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