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G8회담과 세계경제

에베레스트에서부터 에비앙까지, 고도(高度)에서 모임들이 열리고 있다. 50년 전 에드먼드 힐러리경과 셰르파 텐징 노르게이의 히말라야 정상 첫 등정을 축하하기 위해 수백명의 산악인들이 에베레스트 산 정상에 몰려들고 있다. 반면 지구 다른편에서는 각국 정상들이 모이고 있다. 러시아 상트 페테르부르크 300주년을 축하하기 위해 모인 정상 가운데 많은 사람들은 G8 정상회담을 위해 다시 프랑스 에비앙으로 움직이고 있다. 에베레스트산 모임의 아젠더는 분명하다. 즉 그것은 굴복하지 않는 산에 대한 인간의 정복을 축하하기 위한 것이다. 반면 에비앙의 모임은 무엇을 위한 것인지 분명하지 않다. 그들을 맞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쉐르파들이 베이스캠프를 갖고 있는지 조차 명확하지 않다. G8 정상회담의 최근 모습은 점점 더 에베레스트와 비슷해지고 있다. 네팔에 있는 산에 대한 공격이라는 용기 있는 행동의 의미가 점점 희미해지면서 에베레스트는 수많은 인파들이 몰려들고 있고, 쓰레기더미로 지저분해지고 있다. G8 회담 역시 마찬가지다. 그것은 반 세계화 시위자들에 의해 재장식되고 있고, 정상들은 쓸데없는 말에만 몰두하고 있다. 에베레스트산 개척에 전설적인 인물 조지 레이 멜러리는 왜 산에 오르냐에 대한 질문에 “그것이 거기 있기 때문”이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G8 회담에는 분명 그 이상의 목적이 있어야 한다. 전통적으로 이 그룹이 주요하게 다뤄왔던 세계 경제는 침체 상태에 있다. 특히 지금 달러 추가 하락과 유로 상승, 중국 지역 내 사스 등으로 인해 더욱 위협 받고 있다. 도하라운드 안에서 세계 무역 자유화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테러리즘과 신무기 확산의 위협은 국가간 협력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 전 승리로 들떠 있고, 태생적으로 일방주의자들인 부시 행정부가 다자간 포럼에 점점 더 호의적이 되고 있다는 표시는 어디에도 없다. 기근이나 수질 개선, 에이즈나 사스 문제와 같은 이슈들에서 의견들이 일치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들 문제는 중요하다. 그러나 범 대서양 국가간, 그리고 유럽 국가간 균열을 메우는 것과 세계 경제 성장을 이뤄내는 것은 보다 중요한 문제다. 그들이 이들 분야에서 분명한 결과를 얻은 것을 보여주기 전까지 G8 정상들에게 에베레스트를 정복한 후 얻은 기념사진 촬영 기회를 부여해서는 안될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 6월1일자 >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