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 한국은행 총재는 30일 “우리 경제는 2ㆍ4분기가 바닥으로 보이지만 언제 회복될지는 확실하지 않다”고 예상했다.
박 총재는 이날 한 방송과의 대담에서 “2ㆍ4분기를 경기바닥으로 보고 있지만 3ㆍ4분기에 회복될 것인지, 아니면 회복시기가 더 늦어질 것인지 등 언제 회복될 지가 지금으로서는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1ㆍ4분기 성장률은 3.7%로 내려앉고 체감경기라고 할 수 있는 국내총소득은 마이너스 2%로 1년 전에 비해 소득이 줄었다”면서 “2ㆍ4분기 들어서도 경제가 개선되기는 커녕 조금씩 더 나빠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는 경제가 2ㆍ4분기 바닥을 치고 완만하지만 U자형 회복을 할 것이라던 박 총재의 평소 경기인식과 다른 것이다. 박 총재는 그동안 우리 경제는 2분기에 바닥을 찍고 하반기부터는 회복국면에 접어들 것이라고 누차 강조했었다.
박 총재는 “물류대란에서 봤듯이 투쟁적인 노사관계가 지속되고 있고 각계 각층은 자기만 살려고 하는 집단이기주의를 표출하는 등 위기대처능력에 문제가 있다”며 “이 때문에 경제는 침체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추가 금리인하론과 관련해 “현재 금리는 경기회복을 뒷받침하는데 충분하다고 본다”면서 “앞으로 추가로 금리를 인하하느냐 않느냐는 현재로서는 예단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주최한 `2003년 하반기 경제전망 세미나`에서 정문건 삼성경제연구소 전무는 “지난 1분기 3.7% 성장한 우리 경제는 2분기에는 1%대로 추락하고 하반기에도 본격적인 회복을 기대하기 힘들어 `L자형 곡선`을 그릴 것으로 보인다”며 “부실기업처리 등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박시룡 서울경제신문 논설위원은 “정부가 추진중인 추경예산이나 금리인하로는 경기부양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규제완화와 노사안정을 통해 기업의 투자를 촉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성화용,김영기기자 young@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