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노사가 22일 올해 임금협상의 2차 잠정합의안을 마련했다. 이달 초 1차 잠정합의안 부결 이후 18일 만이다. 현대차 노조는 이날 마련된 2차 잠정합의안을 놓고 24일 또다시 찬반투표를 실시할 예정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
현대자동차 노사는 이날 오후2시부터 울산공장 본관 아반떼룸에서 윤여철 사장과 윤해모 금속노조 현대차지부장 등 노사교섭대표 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3차 재교섭을 개최, 지난 1차 잠정합의안이었던 임금 8만5,000원과 성과급 300%+300만원 외에 추가로 성과급 100만원을 지급한다는 내용에 합의했다.
노사는 또 주간 연속 2교대제 시행안과 관련해서는 ▦오전ㆍ오후반 8+9시간 근무제 ▦2009년 9월 중 시행이라는 큰 틀은 변경하지 않은 채 일부 문구의 수정을 통해 잠정합의를 이끌어냈다.
◇최장 기간의 임금협상 종지부 찍나=올 임금협상은 현대차의 역대 임금협상 사상 가장 긴 무려 108일 동안 진행됐다. 협상 초기에는 금속노조의 산별 중앙교섭 문제로 70일간을 허비했고 1차 잠정합의안이 나온 뒤에는 노조원들의 찬반투표 부결로 또다시 노사 모두 20일 동안 재교섭에 매달려야만 했다.
우여곡절 끝에 2차 잠정합의안이 마련된 현대차의 올 노사협상은 24일로 예정된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가 그 어느 때보다 노사 모두에게 중요한 고비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우선 2차 잠정합의안마저 부결될 경우 임기가 1년 이상 남은 현 노조 집행부는 ‘중도하차’라는 치명상을 입게 된다.
2번이나 진행된 잡정합의안이 노조원들로부터 수용받지 못하면 노조 관례상 위원장을 포함한 현 집행부의 퇴진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 경우 사태가 매우 복잡해진다. 보궐선거를 통해 구성되는 새 집행부가 기존 협상의 백지화와 함께 전면 재협상을 들고 나올 게 확실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올 협상이 해를 넘기고 내년도 임금 및 단체협상과 동시에 진행되는 최악의 사태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 빚어질 수도 있다.
◇노사 모두 고뇌의 결정=현대차의 올 노사협상은 자동차 업계 최초로 심야근무를 철폐하기로 합의한 ‘주간 연속 2교대제’ 문제와 함께 성과급 지급 규모가 사실상 협상의 최종 성패를 가늠했다는 분석이다. 장기간의 노사협상으로 노조가 부분파업 강행은 물론 주말과 휴일 특근을 중단하자 노조원들의 개인 임금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번 협상기간 동안 노조원 한명당 평균 400만~500만원씩의 임금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1차 잠정합의안 부결과 2차 잠정합의안이 진통에 진통을 거듭한 것도 ‘임금손실 만회’라는 노조원들의 기대심리를 어느 수준까지 충족시킬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다.
그러나 회사 측은 예년 수준(300%+300만원) 이상을 제시할 경우 ‘퍼주기 논란’에 직면할 수 있는데다 노조도 ‘돈 때문에 합의안을 부결시켰다’는 비판을 의식, 최소한의 수준에서 상호 양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차의 한 관계자는 “장기간에 걸친 노사협상으로 인해 회사와 노조원들의 피해가 커지고 있어 더 이상 합의를 미룰 수 없는 상황”이라며 “회사와 노조 집행부가 최선을 다한 결과인 만큼 노조원들의 지지를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