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클의 '우생순'
영화 '우생순' 이후 기업체와 정부의 지원이 이어지고 있는 핸드볼과 달리 여전히 불모지로 남아있는 국내 사이클. 그 중에서도 이번 올림픽 포인트 레이스에 한국 선수로는 유일하게 출전해 '우생순 신화'에 도전하는 선수가 있다. 포인트레이스는 여자 24km, 남자 40km를 주행하며 정해진 바퀴마다 점수를 부여한 뒤 점수 합계로 순위 결정하는 사이클 종목이다.
주인공은 트랙사이클의 기대주 이민혜(23ㆍ서울시청).
그는 18일 베이징 라오산벨로드롬에서 열릴 여자 포인트레이스 출전을 앞두고 "꼭 상위권에 들어 한국 여자 선수로서 기록다운 기록을 남겨 보고 싶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선수 한 명당 5~6명의 코칭스태프가 달라붙는 외국 팀들과 달리 이민혜는 김석호 감독과 둘이 훈련과 사이클 정비 등 모든 것을 해결해 왔다. 국내엔 변변한 연습용 트랙도 없다. 여자 사이클 선수라고 해봐야 전국에 80명이 전부라 트랙이나 도로 중 한 종목만 택해 집중적으로 훈련할 여유도 없다. 중장거리 에이스인 이민혜도 대표팀에 뽑힌 뒤 트랙과 도로를 가리지 않고 출전한 탓에 포인트 레이스에 나서는 것도 이번이 겨우 여섯번째다.
이번 대회 이민혜의 현실적인 목표는 출발 선상에 서는 선수 21명 가운데 10위 권에 진입, 후배들에게 의미 있는 기록을 남기는 것. 하지만 변수가 많은 포인트 레이스 특성상 메달도 노려볼만하다. 지난 2월 로스엔젤레스에서 열린 UCI(국제사이클연맹) 트랙월드컵에서 쟁쟁한 선수들을 제치고 은메달을 따낸 적도 있어 제 기량을 발휘한다면 메달 권 진입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