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6년만에 「마이너스」 전망/재계 투자심리 내년에도 꽁꽁

◎30대그룹 52조… 1.4% 줄어/유화·차 등 간판업종 특히 부진재계의 투자심리가 내년에도 꽁꽁 얼어붙을 전망이다. 잇단 부도사태 속에 금융시장 불안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재계의 투자를 주도하는 30대그룹이 내년도 경제전망을 불투명하게 보고 투자를 지난 92년 이후 6년만에 처음으로 축소할 계획이기 때문이다. 전경련이 12일 최근의 부도사태와 증시폭락, 금융시장 불안 이후 삼성·현대 등 30대그룹을 대상으로 조사, 발표한 「30대그룹의 98년 시설투자계획」 보고서에 따르면 내년 시설투자규모는 52조2천4백6억원으로 올해 추정실적에 비해 1.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전체의 66.7%인 20개그룹이 내년 투자를 올해 수준으로 동결하거나 감축할 계획이어서 투자위축이 경제활성화에 최대의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이는 한국개발연구원(KDI) 등이 올 3·4분기를 저점으로 경기가 내년에는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는 것과는 달리 재계는 내년에도 불황이 지속될 것으로 보는 등 비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30대그룹의 시설투자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는 것은 지난 92년 이후 6년만에 처음이다. 기업들의 투자가 감소하면 내년 우리 경제의 회복을 그만큼 더디게 하고 성장잠재력을 떨어뜨릴 것으로 우려된다. 5대그룹의 경우 삼성이 올해보다 20% 감소한 7조2천억원, 현대는 올해수준인 9조원, LG가 올해수준인 8조8천억원, 대우는 10% 증가한 6조2천7백억원, 선경은 올해수준인 5조원을 각각 책정했다. 투자축소가 두드러진 그룹은 동국제강·한솔·쌍룡·한나.동국제강은 후판 등 철강설비합리화가 올해로 끝나면서 올해보다 70%나 줄인 1천억원을 집행키로 해 감소율이 가장 높았다. 올해 개인휴대통신(PCS)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집행한 한솔은 50%, 자동차부문의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는 쌍룡은 22%씩을 줄일 계획이다. 그러나 올해 30대그룹에 진입한 아남은 반도체 정보통신에 대한 투자집중으로 37% 증가한 6천억원을 쏟아붓기로 해 투자축소그룹과 대조를 보였다. 재계의 투자축소 움직임은 내년에도 부도사태 속에 내수부진 장기화, 수출증가율 둔화, 금융시장 불안으로 금융비용 부담과 투자자금의 조달난 등을 겪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외신용도 추락으로 해외자금조달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는 것도 주요한 요인이다. 연말 대선 이후 출범할 차기정부의 대기업정책과 경제정책이 불투명한 점도 투자심리를 움츠러들게 하고 있다. 업종별 투자계획을 보면 정보통신·반도체·전자·유통·의약 등 성장, 첨단산업과 공공부문의 대규모 토목공사 등 건설에 대해 투자를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이중 정보통신은 내년에도 PCS단말기, 무선기기 보급 등으로 투자를 확대한다는 그룹이 많았다. 「윈도 98」 시판에 따른 개인용 컴퓨터(PC)의 대체수요 증가, 64메가D램의 본격 양산으로 정보통신과 반도체산업에 대한 투자도 활기를 띨 전망이다. 반면 석유화학·자동차 등 대부분의 중화학공업은 국내경기의 부진이 지속되고 세계적인 공급과잉 상태에 직면, 국제가격이 약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증설을 지양하는 추세가 두드러졌다. 투자기조를 보면 지난 몇년간의 공격적인 투자를 자제하고 핵심전략사업에 대한 투자 집중, 불요불급한 투자의 보류 내지 억제에 초점이 맞추어지고 있다. 전경련 박종선조사1본부장은 『기업들이 내년엔 그동안 생산능력 확장을 위주로 한 공격적인 투자행태를 지양하고 불황기 투자우선순위 조정을 통해 불요불급한 투자를 최대한 억제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문제는 재계의 간판인 상위 20대그룹들이 투자를 축소하거나 동결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는 삼성·현대 등 10대그룹의 경우 투자를 평균 1.2% 줄이고 효성 등 11대∼20대그룹이 올해보다 4.8%를 축소할 계획인 데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이로 인해 이들 그룹의 투자마인드를 제고하는게 발등의 불이 되고 있다. 30대그룹은 또 우리 경제의 고질적인 고비용 저효율구조와 행정규제, 내수경기 부진 등으로 국내투자는 올해수준으로 동결하거나 대폭 축소하고 글로벌 경영과 현지화를 가속화하기 위해 해외전략지역에 대한 투자는 상대적으로 늘릴 계획이어서 산업공동화와 이에 따른 고용불안도 우려된다. 한편 내년 시설투자시 가장 큰 애로요인으로는 ▲투자자금 조달문제가 34.1%로 가장 많았으며 ▲채산성 악화와 투자수익률 저하(20.5%) ▲재고증가(20.5%)도 큰 요인으로 꼽혔다.<이의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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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의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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