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과밀과 국토 불균형은 국민 모두가 공감하는 문제다. 수도권의 주택난ㆍ교통체증ㆍ환경오염과 같은 부작용은 우리가 치르고 있는 값 비싼 대가의 일부에 불과하다.
전인구의 47.6%가 몰려 살고 있는 수도권에 국민경제의 한정된 재원이 집중 투자되고 있는 탓에 지방에서는 인력이 유출되고 성장동력을 잃어가고 있다. 과도한 수도권 집중 현상은 수도권만이 감내할 문제가 아닌 것이다.
지난 40여년간 정부는 온갖 처방을 써봤다. 수도권에서는 공장과 대학의 설립을 강도 높게 규제하고 지방에는 각종 기반시설과 산업단지를 건설하고 많은 대학도 세웠다. 그러나 ‘수도권의 비대와 지방의 침체’라는 동전의 앞 뒷면과 같은 양극화 현상은 좀체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자본ㆍ인력ㆍ정보의 이동이 나날이 자유로워지고 있는 오늘날에는 더 이상 국가만이 글로벌 경제의 주체라고 할 수 없다.
돈과 사람은 국가를 불문하고 기업하기 좋고 살기 좋은 지역이라면 발 빠르게 찾아간다. 미국의 실리콘밸리, 상하이 푸동, 인도 방갈로르 등에서 보는 것처럼 혁신역량이 뛰어난 선도적인 거점지역과 도시들이 전세계를 상대로 경쟁하는 세상이 됐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수도권과 지방이 서로의 주장에 너무 집착하는 면이 있다. 조그마한 수도권 규제사항을 하나라도 풀려고 하면 지방에서는 한사코 반대한다.
수도권은 지방의 발전을 위해 필수적인 중추기능과 자본의 지방이전에 아직 인색하다. 각 지역과 도시들이 세계적 경쟁의 전면에 나서야 하는 시대에 우리는 너무 많은 에너지를 수도권과 지방이 갈등하고 대립하는 데 소진하고 있다.
이제라도 첨예한 지역갈등 구조를 허물고 각 지역이 나름의 특성과 잠재력을 살려 상생 발전할 수 있도록 획기적인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과거 어느 정부도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던 행정수도 대안, 공공기관의 지방이전과 같은 분산정책은 이를 위한 첫걸음이자 수도권 문제의 해결을 위한 근본 대책이라 말하고 싶다.
이것이 성공해야 과거 근대화를 이끌었던 수도권은 과밀의 비효율과 규제의 굴레에서 벗어나 동북아의 경제 중심으로 거듭나는 르네상스를 이룰 수 있다. 또 지방에는 행정수도 대안도시를 중심으로 산학연관이 어우러진 혁신도시가 곳곳에 건설돼 지역경제의 성장을 힘차게 견인할 수 있다.
국가 균형발전은 공동체의 진정한 통합을 위한 소명인 동시에 우리 경제가 한단계 도약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이다. 행정수도 후속대안을 디딤돌로 모든 지역이 더불어 발전해 더 이상 수도권 규제 같은 것이 필요하지 않게 되는 날이 어서 오길 고대해본다. 바로 그날 우리는 후손들에게 물려줄 우리 국토의 지속 가능성과 건강성을 확신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