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은 이번 1차 협상에서 상품 자유화율(관세철폐 비율)을 85~90% 수준에 맞추기로 합의했지만 실질적인 개방 효과는 아직 가늠하기 어렵다. 관세를 철폐하는 품목이 다시 10년 내 철폐(일반품목)와 10~20년 내 철폐(민감품목)로 나눠지는데 통상적으로 관세철폐 기간이 10년이 넘어가는 FTA는 시장개방 효과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한중 FTA 개방 수준 기대에 못 미쳐=양국은 이번 협상에서 전체 품목 (1만2,000개) 기준 90%, 수입액 기준 85%의 자유화율 수준에 합의했다. 이는 시장을 개방하지 않는 초민감품목의 범위를 품목 기준 10%(1,200개), 수입액 기준 15%로 설정했다는 것이다.
한미 FTA에서 초민감품목의 범위가 품목 수 기준 0.2%에 불과한 것을 고려하면 상당히 개방폭이 작은 것이다. 우리 정부는 FTA 파트너가 중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85~90% 수준의 자유화율도 결코 낮은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지만 한미 FTA처럼 폭넓은 FTA를 기대하기는 힘든 것이 현실이다. 특히 앞으로 2단계 협상 과정에서 10~20년 내 관세를 철폐하는 민감품목의 비중이 늘어날 경우 한중 FTA는 '협상 타결'이라는 껍데기만 남을 가능성도 있다.
◇농수산물 방어 가능하지만 제조업 공격도 힘들어=한중 FTA의 최대 민감 사항인 농수산물 보호와 관련해 우리 정부는 농수산물 대부분을 초민감품목에 넣어 양허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이번 1차 협상에서 합의된 초민감품목은 총 1,200여개다. 지구상에서 거래되는 모든 농수산물은 2,200여개지만 우리가 중국과 거래하는 품목은 이보다는 훨씬 적다. 우태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실장은 "10%의 초민감품목을 갖고 있으면 농수산물을 상당수 보호할 수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역으로 보면 우리가 중국에 수출하는 품목도 그만큼 제한되는 것이다. 중국이 우리 제조업의 유망 수출 품목들을 모두 초민감품목으로 분류할 경우 한중 FTA 효과는 급격히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명분보다 실리 얻어내는 2단계 협상 해야=우리 통상 당국은 2단계 협상에서 10년 내 관세철폐 품목을 최대한 늘려 실익을 얻어내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또 상품 외에도 서비스ㆍ투자 분야를 개방함으로써 FTA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중국이 제조업 등 우리가 경쟁력을 갖고 있는 상품 시장 개방에 매우 민감한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에 협상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또한 인적자원 교류 등을 강도 높게 요구하고 있어 이 부분이 앞으로 민감한 쟁점으로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
우 실장은 "중국과의 인적자원 교류는 일부 전문직종 등을 중심으로 추진한다는 방향을 갖고 있다"며 "우리 측이 요구해온 개성공단이나 원산지 및 통관 분야 이슈 등이 모두 2단계 협상에 포함됐기 때문에 우리가 얻을 수 있는 부분이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