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형 은행들이 '패닉' 상태에 빠졌다. 지난 수년간 일본 은행들은 합종연횡을 거듭하며 자산 기준 세계 최대 은행의 반열에 올랐다. 이들은 이 같은 합병을 통해 시장에서 '난공불락'의 영향력을 키울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었다.이제 일본의 4대 은행들은 일본 정부도 손을 대기 어려울 정도로 커져 버렸다. 안타깝게도 일부에선 이들 은행들을 빠진 '물'로부터 건져내기에는 덩치가 너무 크다고 이야기한다.
또 손을 쓰기에는 이미 늦었다고 할만큼 사태가 심각한 수준으로 악화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최근 몇몇 신용 평가 기관들은 일본 은행들의 신용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은행들의 주가는 연일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최근 금융성 장관으로 임명된 다케나카 헤이조의 개혁안은 결국 은행권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자민당의 반대에 부딪혀 본래의 색이 바랬다.
여기에 최근 일본에서는 부실 은행들의 국유화에 대한 논의가 제기되고 있다. 만약 일본 정부가 최근 공자금 투입을 통해 획득한 우선주를 보통주로 전환한다면 은행의 국유화는 쉽게 이루어질 것이다.
일본 경제가 언제 전환점을 맞게 될 지를 예측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다. 일본은 그동안 여러 차례 변화의 기회를 맞았으나 번번히 실패로 돌아갔다.
그러나 이번 다케나카의 계획은 (일본 경제의 전환기를 마련하는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계획안은 비록 일부 변경됐다 하더라도 정부가 일본 경제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에 나서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제 앞으로 남은 과제는 명확하다. 일본의 금융산업은 철저히 경제 논리로 운영되어야 한다.
일본 은행들이 명맥만 유지하고 있을 뿐 실질적인 기업으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좀비'와 같은 기업들의 부실 채권들을 계속 짊어 지기를 고집한다면 결국 비극적인 결과를 맞게 될 것이다.
부실채권은 부도처리하거나 자산매각공사로 넘겨주어야 한다. 시장 경쟁체제에서 경쟁력 없는 기업은 결국 더욱 강한 기업에 의해 도태될 수 밖에 없다.
은행권에서는 부실 채권처리가 결국 심각한 사회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부실채권의 대부분은 건설, 유통, 부동산 등에 집중돼 있다.
특히 건설과 유통부문에 종사하고 있는 근로자수가 엄청나기 때문에 이들 기업이 대거 파산할 경우 그 부작용이 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는 정부가 실업대책 마련을 통해 어느 정도 충격을 완화할 수 있는 문제다.
부실채권 처리는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디플레이션을 유발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역시 통화완화 정책으로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
모험을 시도하는 것은 항상 위험이 뒤따르기 마련이다. 그러나 아무런 행동도 취하지 않을 경우 맞닥뜨리게 되는 위험은 이보다 훨씬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