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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가진' 만수르, 난 아직 배고프다

맨시티 인수 후 1조원 통큰 투자… 만년 하위서 '우승 후보' 대변신

EPL 제패 불구 챔스리그선 '골골'… 올 대회도 초반 4경기서 2무2패

최종전서 로마잡고 극적 16강행… 꺼져가던 '유럽정복의 꿈' 재점화



TV 개그 프로그램 소재로 등장하면서 국내에서도 중동 거부의 대명사로 잘 알려진 셰이크 만수르(44). 재산이 34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되는 아부다비 왕족이지만 그도 아직 못 가진 게 하나 있다. 바로 '빅 이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트로피다. 몸통 옆 장식이 큰 귀를 닮아 빅 이어라는 별칭을 가진 이 트로피를 맨체스터 시티는 지난 1894년 창단 후 한 번도 만져본 적이 없다.


만수르는 2008년 9월 맨시티 인수 뒤 선수 영입에만 1조원을 투자하며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중하위권이던 팀을 완전히 바꿔놓았다. 인수 3시즌 만인 2011~2012시즌 44년 만의 EPL 우승이 나왔고 2013~2014시즌에도 정상에 올랐다. 잉글랜드축구협회(FA)컵(2011년)과 리그컵(2014년)도 각각 42년 만, 38년 만에 들어 올렸다. 잉글랜드를 정복한 만수르는 그러나 유럽 정복은 멀고도 험하다. 챔스리그에서는 저주라도 걸린 듯 우승은커녕 16강조차 힘겨웠다. 맨시티는 지난 시즌인 2013~2014시즌 16강이 챔스리그 역대 최고 성적이다. 이전 두 시즌 동안은 조별리그에서 탈락했다. 올 시즌도 맨시티는 32강 조별리그 첫 4경기에서 2무2패에 그쳐 탈락이 확정적이었다. 하지만 16강 일정이 모두 끝난 11일(이하 한국시간) 맨시티 선수들은 절망 대신 환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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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시티가 기적의 챔스리그 16강 진출로 스러져가던 만수르의 유럽 정복 꿈을 되살려냈다. 맨시티는 이날 이탈리아 로마 올림피코 경기장에서 열린 챔스리그 32강 조별리그 E조 마지막 6차전에서 홈팀 AS로마를 2대0으로 꺾었다. 이로써 2승2무2패(승점 8)가 된 맨시티는 바이에른 뮌헨(승점 15)에 이어 조 2위로 16강에 합류했다.

이날 전까지 맨시티는 조 꼴찌였다. 로마, CSKA 모스크바와 승점은 5로 같았지만 3팀 간 승자승에서 가장 뒤졌다. 마지막 경기에서 전력상 모스크바가 뮌헨에 진다고 가정하면 맨시티는 로마와 1대1 무승부 이상의 성적을 거둬야만 했다. 0대0이면 로마가 올라가는 상황이었다. 가뜩이나 맨시티는 중앙 수비수인 주장 뱅상 콩파니가 컨디션 난조로, 리그 득점 선두(14골) 세르히오 아궤로는 부상으로, 중앙 미드필더 야야 투레는 출전 정지 상태였다. 공격형 미드필더 다비드 실바 역시 부상에서 회복한 지 얼마 안돼 선발 출전할 수 없었다. 가장 중요한 경기에서 차·포를 떼고 싸운 셈이었다. 후반 초반까지도 점수는 0대0. 로마는 잠그기만 하면 됐다. 하지만 이때 사미르 나스리가 구원자로 나섰다. 후반 15분 페널티 박스 밖에서 패스할 곳을 찾던 나스리는 공간이 생기자 벼락같은 오른발 중거리 슈팅으로 한 방을 꽂았다. 올 시즌 개인 첫 골. 급해진 로마는 파상공세에 나서 골대를 맞히기도 했지만 후반 41분 나스리가 이번에는 결정적인 도움으로 백기를 받아냈다. 페널티 박스 안에서 수비와 맞서다 뒤에서 달려들던 파블로 사발레타의 발 앞에 패스를 놓아준 것. 사발레타의 깔끔한 마무리로 맨시티의 두 시즌 연속 16강행이 확정됐다. 1골 1도움을 올린 나스리의 이날 패스 성공률은 88%였다.

맨시티는 뮌헨과의 5차전 1대2로 뒤진 후반 40분과 추가 시간, 아궤로의 동점·결승 골에 힘입어 벼랑에서 탈출한 뒤 나스리의 폭발로 기적을 썼다. 다음 목표는 사상 첫 8강. 대진 추첨은 15일 스위스 니옹에서 열린다. 맨시티는 다른 조 1위인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레알 마드리드, AS모나코, 도르트문트, 바르셀로나, FC포르투 가운데 한 팀과 홈앤드어웨이로 8강을 다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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