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보험가입 신채널 뜬다] 방카슈랑스

일산에 사는 주부 오모씨(32세)는 최근 공과금을 내기 위해 은행에 갔다가 어린이보험에 하나 가입했다. 저축형 상품이면서도 아이들에게 흔히 발생하는 상해사고와 질병 등에 대해 보장이 돼 다섯 살 된 아들에게 적당하고 월 보험료도 월 4만원 수준이어서 큰 부담은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은행 창구에서 보험을 판매하는 `방카슈랑스`가 지난 9월부터 시작된 이후 이처럼 은행의 단골 손님들이 보험에 가입하는 사례가 급격히 늘고 있다. 새로운 보험영업채널이 예상 보다 빨리 자리를 잡고 있는 것이다. ◇프랑스 은행에서 첫 시작=방카슈랑스란 프랑스어인 `Banque(은행)`와 `Assurance(보험)`의 합성어로 은행이나 증권 등 금융회사의 점포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최초의 방카슈랑스는 86년 프랑스의 아그리콜은행이 프레디카라는 생보사를 자회사로 설립해 전국 46개 은행창구에서 보험상품을 판매하면서 시작됐다. 이 판매방식이 세계 각국으로 확산되면서 최근에는 은행 고객에게 전통적 은행 상품 외에 증권, 보험과 이들을 합성한 복합 금융상품을 제공하는 서비스로 인식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번에 시작된 방카슈랑스로 은행은 고객에게 다양한 종류의 상품을 제공하는 원-스톱 금융서비스가 가능해졌고 보험 판매를 통해 수익원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보험사는 은행의 높은 신뢰도와 전국적인 지점망을 활용한 방대한 판매채널을 확보할 수 있고 보험모집 비용의 절감으로 수익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고객의 입장에서는 어느 금융회사에서나 보험 가입이 가능할 뿐 아니라 같은 보험상품이라도 보다 싸게 가입할 수 있는 길이 생긴 셈이다. ◇150개 금융사에서 보험가입 가능=보험에 가입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설계사를 만나지 않더라도 은행, 증권사, 상호저축은행, 투신사 등 보험사와 상품 판매 제휴를 맺은 150여개 금융회사를 이용할 수 있다. 생명보험의 경우 우선 1단계로 지난 9월부터 일반연금, 연금저축, 교육보험, 저축성보험, 어린이보험, 양로보험, 신용생명보험 등의 판매가 시작됐다. 2005년 4월부터는 2단계로 종신보험 등 보장성보험이, 2007년 4월부터는 3단계로 모든 상품을 방카슈랑스 방식으로 판매하도록 돼 있다. 최근 방카슈랑스 채널로 판매중인 상품 가운데 가장 인기 있는 것은 연금보험. 가입후 7년 이상 유지하면 보험차익에 대해 세금을 물지 않아도 되는 비과세 혜택이 있다. 은행 상품과는 달리 평생토록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종신 연금형도 있어 고객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저축성 보험은 은행의 적금과 큰 차이가 없으나 7년 이상 유지하면 비과세혜택(2004년부터는 10년으로 연장)을 받을 수 있고 사망이나 1급 장해를 당했을 때 사망보험금(500만원~1,000만원)을 지급하는 등 위험보장 기능도 있다. 어린이 보험은 학자금 마련을 위한 저축성 기능 외에도 학교생활 중에 일어날 수 있는 각종 재해 및 위ㆍ십이지장궤양 등 청소년 10대 질환에 대해 보장을 추가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보험사 재무능력 따져봐야= 다른 보험상품과 마찬가지로 방카슈랑스 상품도 꼼꼼히 따져보고 가입해야 한다. 은행은 보험상품을 팔 뿐이지 보험사고가 났을 때 보험금을 지급하는 곳은 그 상품을 개발한 보험회사다. 따라서 보험에 가입할 때는 보험사의 재무능력을 반드시 살펴봐야 한다. 보험상품은 대부분 만기가 길기 때문에 `몇 십년 후에도 피보험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는 회사의 상품인지`를 따져보는 것이 중요하다. 또 최근 은행의 보험 판매 경쟁이 과열되면서 대출을 해주면서 보험 가입을 권유하는 사례도 있는데, 이는 금융당국이 엄격히 금지한 영업행위다. 실제로 대출상품에 보험을 끼워 파는 은행이 있다면 금융감독원 등에 신고해야 한다. 홈쇼핑에서도 보험 팔아요 PCA생명 판매시작… 전용상품도 계획 “보험도 이젠 홈쇼핑으로 가입하세요”. 이제 시작 단계지만 홈쇼핑도 보험을 판매하는 중요한 영업 창구로 떠오르고 있다. 홈쇼핑을 통한 상품 판매에 가장 먼저 나선 곳은 영국계 보험사인 PCA생명으로 지난 달부터 현대홈쇼핑을 통해`무배당 PCA케어 암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홈쇼핑 업체가 자체 콜센터를 이용해 전화로 보험 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CJ홈쇼핑 등 에서 이미 시작했지만 방송을 통한 판매는 PCA생명이 처음이다. PCA생명도 과연 홈쇼핑을 통해 보험이 판매될 수 있을까 반신반의 했지만 막상 첫 방송 결과 6,000여건의 문의 전화가 폭주하는 등 기대 이상의 반응을 얻었다. 홈쇼핑을 통해 암보험 판매에 성공한 PCA생명은 어린이보험을 홈쇼핑 전용으로 새롭게 개발해 12월부터 판매할 계획이다. PCA생명은 홈쇼핑 판매를 통해 20대 후반부터 40대 초반의 젊은 주부들을 새로운 고객층으로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PCA생명 관계자는 “홈쇼핑을 통한 보험판매는 보험영업 채널이 다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고객의 보험에 대한 선택 기준도 `보험사`에서 `보험가입 채널`로 변화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방카슈랑스에도 히트상품 있다 방카슈랑스 채널을 통해 판매된 보험상품이 지난 9~10월 두 달 동안 초회 보험료 기준으로 8,000억원을 넘어서는 등 기대 이상의 실적을 올렸다. 은행과 보험사들의 과열 경쟁에 따른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지만 일단 방카슈랑스는 중요한 보험 판매 채널로 자리잡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방카슈랑스로는 어떤 상품들이 인기를 끌었을까. 방카슈랑스 히트 상품을 통해 그 특징과 장점을 살펴보자. ◇장해시 보험료 면제 혜택=대한생명의 방카슈랑스 전용 연금보험인 `대한사랑모아연금보험`은 연금이면서도 피보험자가 1~3급 장해를 입었을 때 보험료를 면제 받을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또 시중금리에 연동되는 공시이율(11월 현재 5.1%)을 적용하기 때문에 노후생활에 필요한 고액의 연금을 확보할 수 있다. 연금을 지급하기 시작한 이후에도 공시이율을 적용해 이자를 붙여 주기 때문에 연금의 실질 가치는 떨어지지 않는다. 시중금리가 아무리 내려가도 최저 3%를 보장해 저금리 시대가 지속돼도 안정적인 연금 수령이 가능한 고수익과 안정성을 겸한 상품이다. 다른 연금상품과 마찬가지로 7년 이상 유지하면 이자소득 및 연금에 대해 전액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또 연금개시 전 한꺼번에 연금을 받아도 세금을 안 낸다. 준비된 퇴직금이 없는 자영업자의 경우 적립된 연금액을 목돈으로 활용하기에 적합하다. ◇확정금리로 VIP 고객에게 인기=하나은행과 독일 보험그룹인 알리안츠가 합작 설립한 방카슈랑스 전문보험사인 하나생명은 `하나 확정금리 저축 보험`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저금리 기조를 반영해 만기 때까지 가입 당시의 금리를 확정 보장하기 때문에 여유자금을 굴릴 곳이 마땅치 않은 고객들이 특히 관심을 보이고 있다. 또 7년 이상 유지하면 이자소득세 면제는 물론 금융종합과세 대상에서도 제외되고 긴급 자금이 필요할 경우 약관대출로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도 이 상품의 장점이다. 이렇게 은행 VIP 고객들의 취향과 맞아 떨어져 하나생명은 두 달 동안 1,000여건을 판매해 617억원 가량의 보험료를 받았다. ◇연금으로 맞춤 노후설계=방카슈랑스 시장에서 판매 실적 상위권을 달리고 있는 동양생명은 `수호천사 명품연금보험`이 효자 노릇을 했다. 이 상품은 금리변동에 탄력적으로 실세금리를 반영해 고액연금 수령이 가능할 뿐 아니라 보험료 추가납입과 중도 인출 기능이 있어 다양한 형태로 맞춤 노후설계가 가능하다. 다른 생보사의 연금과 비교해서도 `수호천사 명품 연금보험`은 사망 및 재해나 장해에 대한 보장이 있어 상품 경쟁력에서도 앞선다는 설명이다. 동양생명의 이 상품은 지난 13일까지 1만1,500여건을 판매해 13억2,000여 만원의 보험료 수입을 올렸다. ◇저축과 위험보장을 동시에=흥국생명은 방카슈랑스 시행 후 지난 7일까지 2개월 여 동안 9,200건의 신계약으로 월 40억원의 보험료를 거둬들이며 방카슈랑스 전체시장에서 20%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이런 흥국생명의 높은 실적에 기여한 상품이 저축성보험인 `흥국 드림저축보험`이다. 회사의 자산운용수익률을 반영한 변동금리인 공시이율(11월 현재 5.0%)을 적용해 시중금리에 비해 수익률이 높다. 또 금리가 하락해도 최저 3%의 이율은 보장하기 때문에 안심할 수 있다. 특히 방카슈랑스를 통해 판매되는 저축성 상품 가운데 유일하게 교통재해 사망때 가입 건당 2,000만원, 교통재해 장해시 최고 1,400만원을 지급하는 등 보장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진우,안길수기자 coolass@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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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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