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한 룰 위반 행위에 대해 한 선수는 실격되고 다른 한 선수는 벌타만 받는 일이 벌어졌다. 또 벌타는 이틀이 지난 뒤에야 부과됐다.
정지호(27ㆍ토마토저축은행)는 3일 제주 오라CC 동ㆍ서 코스(파72ㆍ7,196야드)에서 열린 한국프로골프(KPGA) SBS투어 티웨이항공오픈 마지막 4라운드를 3오버파 75타로 마쳐 최종합계 3언더파 285타를 기록했다. 하지만 이틀 전 2라운드의 스코어가 3언더파 69타에서 1언더파 71타로 정정되면서 결국 최종 스코어는 1언더파 287타로 바뀌었다.
사연은 이렇다. 정지호가 2라운드 11번홀(파5)에서 드라이버로 친 볼이 오른쪽 해저드 구역에 떨어졌다. 1벌타를 받고 드롭을 한 그는 세번째 샷을 그린에 올린 뒤 버디 퍼트를 홀에 떨궜다. 문제는 드롭을 한 장소가 룰에 위배됐던 것. 해저드 구역으로 들어간 지점에서 2클럽 길이 이내 구역에 드롭을 해야 했으나 정지호는 평소 일반 이용자들을 위해 마련해 놓은 ‘특설 드롭 구역’에 볼을 놓고 세번째 샷을 했다.
잘못된 곳에서 샷을 했기 때문에 오소(誤所) 플레이에 대한 2벌타를 보태야 했지만 정지호는 이 홀 스코어에 대해 버디로 적힌 스코어카드를 제출했다. 스코어를 틀리게 쓴 오기(誤記)는 대회 실격 사유다. 실제로 방두환(24ㆍ티웨이항공)은 똑같은 2라운드 11번홀에서 똑같이 드롭 실수를 하고 스코어카드를 제출한 뒤 규칙 위반 여부를 문의한 끝에 실격 처리됐다.
정지호가 실격 대신 2벌타를 받은 것은 스코어카드를 제출할 때 규칙 위반 여부를 물었음에도 당시 스코어카드 접수처에 있던 경기위원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동일한 행위에 대한 조치가 달랐던 점을 두고 논란이 일자 KPGA는 4라운드 경기 도중 대한골프협회(KGA)에 문의했다. KPGA 관계자는 “오의환 KGA 규칙분과위원장은 ‘플레이어가 경기위원에게 룰 위반 여부를 물었는데 어떤 이유에서든 경기위원의 응답이 없다면 경기위원이 묵인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선수는 판정을 요청한 만큼 실격의 불이익은 면해야 하며 다만 일반적인 벌타(오소 플레이에 대한 2벌타)는 부과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선수의 문의에 답을 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오심을 한 경기위원, 대회 경기위원회에서 공지한 로컬 룰(예외 규칙)을 숙지하지 않은 선수 등 양측의 부주의로 같은 상황에 대해 다른 판정이 내려져 시즌 개막전부터 투어 운영에 아쉬움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