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인질 피랍사태 장기화] 협상시한 계속 연기

극단적 선택 경고 '최후통첩'아닌 협상 유리하게 이끌려는 '압박용'

아프가니스탄 무장단체인 탈레반이 한국인 인질에 대한 협상시한을 계속 연기하고 있는 것은 극단적인 선택을 경고하는 ‘최후통첩’이 아니라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기 위한 ‘압박용’일 가능성이 크다는 게 국내외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국인 인질 22명을 납치한 탈레반은 30일(한국시간) 오후4시30분을 새로운 협상시한으로 제시하며 수감 동료 맞교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여성 인질도 살해할 수 있다고 위협했다. 카리 유수프 아마디 탈레반 대변인은 이날 AP와의 인터뷰에서 “한국과 아프간 정부가 (협상시한까지) 이 문제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인질 가운데 일부를 살해하겠다”며 “인질을 한 명, 또는 두 명 살해할 수 있고 남녀 각 한 명이나 두 명씩 죽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앞서 탈레반은 지난 22~24일 사흘 동안 세 차례에 걸쳐 각각 오후11시30분을 협상시한으로 통보한 데 이어 26일에는 오전5시30분을, 27일에는 오후4시30분을 최종 협상시한으로 통첩한 바 있다. 이처럼 탈레반이 재차 최종시한을 연기한 것은 미국과 아프간 정부에 대한 압박의 강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탈레반이 요구하는 동료 수감자 명단을 아프간 정부에 전달했음에도 불구하고 성사될 기미가 나타나지 않는데다 아프간 정부는 협상이 결렬될 경우 군사를 동원한 무력진압도 배제하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의 대통령 특사가 아프간 대통령과 인질구출을 위한 협상을 전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최종시한을 수정하는 방식으로 어떻게든 협상에 영향력을 행사하기를 기대하고 있다. 최후통첩의 잇따른 연기로 이번 피랍사태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당초 탈레반은 억류된 22명의 전원 석방에 대한 요구조건을 제시하지 않고 일부 8명에 대한 석방 협상을 진행하는 것처럼 비쳐졌다. 협상이 장기화되더라도 수차례에 걸쳐 얻을 수 있는 것은 모두 얻어내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 오는 8월5~6일 하미르 카르자이 아프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해 조지 W 부시 대통령을 만나 탈레반 납치문제를 논의할 계획이어서 탈레반은 아프간 정부에 ‘최후통첩 시한 연기를 통한 협상 압력 강화’ 과정을 반복하며 협상 장기전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관련기사



서정명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