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검찰의 ‘4,000억’ 진실게임

감사원이 23일께 `현대상선의 4,000억원 대북지원 의혹`관련자들을 검찰에 고발하기로 하면서 이제 공은 검찰의 손으로 넘어가게 됐다. 이번 사건의 초점은 남북 정상회담 직전에 대출된 거액자금의 행방과 혹시 대북지원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권력의 외압이 있었는지를 밝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당시 대출승인서에 사인한 산업은행의 한 고위 관계자가 “계좌추적을 하면 한달 안에 밝힐 수 있다”고 주장하면서 검찰의 계좌추적에 대해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실제 감사원이 이 사건을 3개월이나 조사하고도 4,000억원 중 2,240억원의 행방을 찾지 못한 것은 계좌추적권이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검찰은 현재 감사원 고발이 접수되는 대로 계좌추적과 함께 현대상선의 자료를 압수해 진실을 규명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가 최근 `새 정부 출범 전 의혹 털기`를 주문하며 “정치권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고 언급, 정치적 부담도 줄었다. 더욱이 이번 수사가 김각영 검찰총장의 거취와 최근 현안으로 떠오른 검찰개혁 방향과도 결부돼 있어 수사의지를 다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수사 과정에서 자칫하면 `화룡점정`을 그리다가 핵심인 `눈`을 빼놓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드는 것도 사실이다. 혹시 대북 현금지원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검찰로서는 국가적으로 “통치행위냐, 아니냐”는 격렬한 논란 속에서 실정법 적용에 엄청난 고심을 감수해야 할 처지다. 아울러 정치권의 노골적인 `검찰 흔들기`와 `남북관계 변수`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그래서인지 검찰은 이 사건을 서울지검 형사9부 외에 공안부ㆍ특수부를 망라한 특별수사팀 신설, 대검 중수부 재배당을 검토하면서도 “외국은행의 해외계좌를 통해 넘어갔다면 추적이 힘들다(서울지검 관계자)”는 말을 흘리며 복선을 깔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이번 사건이 땅에 떨어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점에서 `정도와 원칙`만이 살길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고광본기자(사회부) kbgo@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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