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오랜만의 '눈물영화' 중년층에 손짓

31일 개봉 전윤수 감독 '베사메무쵸'청소년위주의 영화가 판치는 극장가에 소외됐던 중장년층들을 겨냥한 영화가 개봉된다. 강제규필름이 금년도 첫 작품으로 31일 선보이는 '베사메무쵸'가 그것. 아이키우며 오순도순 살아가는 중년부부에게 느닷없이 다가온 위기와 갈등, 극복과정을 그린 '가족 멜로물'이다. 강제규필름은 극장출입이 잦지않은 중ㆍ장년층을 극장으로 끌어모으기 위해 '입소문이 좋게 나야 한다'는 마케팅전략을 세우고 1만여명 이상의 대대적인 시사회를 잇달아 열고 있다. '은행나무 침대''쉬리' 조연출을 맡았던 신예 전윤수감독의 데뷔작이다. 제목 '베사메무쵸'는 '뜨겁게 키스해주세요'라는 뜻의 스페인어. 증권사 직원 철수(전광렬)는 '작전'(증권사 직원과 고객이 결탁, 주가를 조작하는 행위)에 동참하라는 유혹을 뿌리치고 정직하나로 버텨나가는 회사원이다. 아내 영희(이미숙) 역시 많지 않은 월급으로 아이 셋에 조카 까지 맡아 키우고 형님 빚 까지 떠안아 갚아가는 평범한 주부다. 또한 떨이 낙지 한봉지에 목숨 걸고 뛰는 모습에서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억척스러움마저 보여준다. 물질적으로 부족함이 많지만 다복하게 살던 그들에게 위기가 닥친다. 철수는 실적부진을 이유로 해고당하고, 친구의 보증마저 잘못 섰다가 법원에서 1억원의 차압이 들어오면서 엄청난 시련을 맞는다. 한달 안에 빚을 못 갚으면, 큰 애를 잃어가면서까지 장만한 18평짜리 보금자리를 잃고 길거리에 나앉을 판이다. 이들은 1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기 시작한다. 철수는 그동안 찾지않았던 동창회에 나가 요즘 잘 나간다는 친구에게 사업자금 명목으로 돈을 빌려보기도 한다. 영희는 고등학교 앨범까지 꺼내 기억나는 친구들에게 무조건 전화를 걸어 돈을 빌려본다. 그러던 어느날 영희의 눈이 번득인다. 자신을 좋아한다고 쫓아다녔던 대학선배가 벤처사업가로 성공했다는 기사를 보게된 것. 바로 선배를 찾아간다. 그러나 그의 대답은 하룻밤의 거래. 이와 마찬가지로 철수도 자신의 의뢰인 아내로부터 조그만 아파트에서 정사를 갖자는 은밀한 유혹을 받는다. 거부할 수 없는 유혹 앞에서 그들의 갈등이 시작된다. 작품이 의지하고 있는 곳은 가족애와 부부간 성모럴이다. 포기할 수 없는 이 두가치에 우선 순위를 매겨야 할 때 갈등은 일어난다. 다소 고리타분한 주제와 줄거리임에도 지극히 한국적 정서에 기대고 있기에 제법 설득력을 지닌다. 특히 IMF위기로 경제난과 가족 붕괴위기를 경험했을 관객들에겐 한층 호소력을 갖는다. 영화 등급이 18세 이상가를 받았음에도 영화가 '건전'(?)하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영화는 아이들 교육과 집문제등 현실과 부딪치며 바둥거리는 우리 30ㆍ40대 일상을 보여주는데 할애를 많이 했기때문. 또한 방 두칸짜리 아파트에 여섯 식구가 살면서 티격태격하면서도 행복이 넘친다. 매주 수요일 부모의 '섹스하는 날'에 아이들이 자리를 비워주는 것이다, 딸의 피아노에 맞춰 개다리 춤을 추는 아들, 온 가족이 좁은 거실서 춤판을 벌이는 장면도 '가족이란 이런거야'라고 말해주는 듯 정겹다. 이미숙과 전광렬 두 배우의 차분한 연기는 리얼리티에 힘을 실어준다. 이미숙이 아이를 부여잡고 '자식을 위해 시장에서 낙지를 훔쳐야 했던 자신의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대목이나 아들을 업은채 자신의 무능함을 탓하며 울음을 삼키는 전광렬의 모습에서는 관객들의 눈물샘을 자극한다. 박연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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