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이슬람자본 급성장… 수쿠크 도입 즉각 추진해야

미국의 대형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16일 5억달러 규모의 수쿠크(이슬람채권) 발행에 성공했다. 수쿠크는 돈을 빌려주고 이자를 받는 것을 금지하는 이슬람 율법에 따라 이자 대신 배당금이나 부동산 임대료 형태로 수익을 지급하는 채권이라 발행 자체가 쉽지 않다. 3년 전 그런 이유로 수쿠크 발행에 실패했던 골드만삭스는 이번엔 상품구조를 뜯어고친 끝에 성공할 수 있었다. 올 들어 이슬람 자본 확보를 위한 글로벌 금융권의 경쟁은 한층 가열되고 있다. 영국과 홍콩은 3억2,500만달러와 10억달러의 수쿠크를 이미 발행했고 프랑스 소시에테제네랄과 일본의 도쿄미쓰비시UFJ도 수쿠크 발행계획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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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쿠크 열풍의 원인은 이슬람 자본의 급성장에 있다. 무디스 등에 따르면 2000년대 들어 연평균 15%의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이슬람 금융시장 규모는 지난달 말 기준 2조달러를 돌파했다. 수쿠크 시장의 성장세는 더 가파르다. 올 들어 지금까지 발행된 수쿠크는 모두 889억달러 규모이며 발행건수는 475건으로 지난해 한해 동안의 발행규모인 764억달러, 574건을 이미 넘어섰다. 2018년에는 3조4,000억달러로 2010년의 8배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온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의 움직임은 굼뜨기만 하다. 몇해 전 난데없는 종교차별 논란 때문에 좌초된 채 수쿠크 논의는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거대한 규모로 성장하는 이슬람 자본을 잡으려면 수쿠크 도입이 핵심이다. 외자차입을 다변화하고 이슬람권 국가들과의 신뢰관계를 강화하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일이다. 수쿠크는 종교 문제가 아니라 경제 문제다. 비이슬람권 국가인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룩셈부르크는 물론 가톨릭이 국교인 필리핀까지 관련 규정을 개정하며 수쿠크 발행을 추진할 정도다. 정부는 경제적 필요에 입각해 수쿠크 도입 추진을 즉각 재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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