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美증시 낙관론에 허점

전망 대폭 하향후 "기대실적 충족" 착각미국 경제지표가 악화되고, 기업 수익이 떨어지는데도 내년 초에 경기가 회복될 것이라는 낙관론에 휩싸여 뉴욕 주식시장이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뉴욕 채권시장에서는 경제에 대한 비관론이 강해 회사채가 하락세를 지속하고, 국채(TB) 장기물에 대한 수요가 늘고 있기 때문에 뉴욕 증시 상승세는 시장 불균형을 초래하고 있다. 22일 뉴욕증시 3대지수 가운데 나스닥 지수와 S&P 500 지수는 9.11 테러참사 이전 수준을 또다시 회복했다. 뉴욕증시 상승세는 어닝시즌을 맞아 상장회사들의 3ㆍ4분기 경영실적이 월가의 기대보다 좋게 나왔다는 평가에다 미국 경제가 내년 초에 'V자형'으로 회복할 것이라는 일부 이코노미스트들의 낙관적 전망에 힘입은 것이다. 테러 참사와 전쟁 장기화, 탄저병 공포에도 불구, 뉴욕증시가 낙관론으로 급선회한 것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과감한 금리정책과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경기부양책이 효과를 볼 것이라는 믿음 때문이다. 투자회사 UBS 페인웨버가 측정한 투자자 낙관지수가 지난달에 63에서 이번 달에 130으로 두배 가까이 급등, 뉴욕증시의 낙관적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그러나 뉴욕증시 상승세가 경제 기초요건(펀더멘털)이 아니라 심리적인 요인에 힘입은 것이어서, 경제상황이 악화될 경우 쉽게 반전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우선 3분기 기업 수익이 월가의 기대수준을 넘었다는 평가에는 허점이 있다. 기업경영분석기관인 톰슨-파이낸셜은 테러 이전에 500대 블루칩 기업의 3분기 수익이 전년동기대비 7~9% 하락할 것으로 기대치를 내놓았다가 이달들어 22% 하락으로 전망을 수정했다. 한편 지난주까지 실적을 공개한 상장회사의 수익은 평균 16.3%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월가 분석가들은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애널리스트들이 테러를 이유로 합격점을 대폭 낮춰놓고 좋은 성적을 냈다고 평가함에 따라 주가가 9월초 수준을 회복한 것으로 보고 있다. 또 민간 연구기관인 컨퍼런스보드가 발표한 9월 경기선행지수는 5년 9개월만에 큰 폭인 0.5% 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으로 3~6개월 후의 경기를 예측하는 이 지표에 의하면 내년초에도 경기 회복이 어렵다는 얘기다. 미국의 산업생산은 지난 9월에 전월대비 1% 하락했고, 지난 1년 사이에 6%나 떨어져 지난 45년 이래 최악을 기록했다. 이처럼 최근 발표된 경제지표들이 미국 경제가 저점을 통과하고 있다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주가 상승이 거품으로 끝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또 주가가 테러 이전 수준으로 회복했음에도 불구, 정크본드의 가산금리는 한달여 사이에 7.8%에서 9.6%로 급등, 채권시장엔 비관론이 지배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포드자동차의 경우, 주식투자자들은 주가를 테러 직후(9월 17일) 15.34 달러에서 현재 16.55 달러로 띄워올렸지만, 이 기간동안 회사채 가산금리는 0.55% 포인트 올라 채권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반영했다. 뉴욕=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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