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카드사용 자제를(IMF시대 생활속의 구조조정)

◎펑펑쓰다 170만명이 “신용불량”/한해 현금서비스 21조·할부 25조나 사용/국민 1인 1장꼴 발급 “능력내에서 쓰자”대기업인 H사에 근무하는 박모과장(36)은 최근 소지하고 있던 5개의 신용카드 가운데 하나만 남기고 나머지는 모두 가위로 잘라 쓰레기통속에 버렸다. 한 때는 지갑 속에 촘촘히 꼽힌 누런색의 신용카드가 박과장에게 든든한 힘이 된 적도 있었다. 급히 돈이 필요할 때 남에게 아쉬운 소리 안하고도 1백만원 정도는 현금서비스로 쉽게 조달할 수 있는데다 동료들과의 저녁식사나 술자리에서 서로 눈치만보고 있을 때 선뜻나서 카드를 내밀며 호기를 부릴 수 있었다. 그러나 박과장은 주머니에 돈이 없더라도 신용카드만 있으면 걱정하지 않던 그런 소비행태로는 올 연말도 제대로 견디기 어려울 것 같아 신용카드와는 담을 쌓기로 결심했다. 개인파산이 쌓이면 국가파산에 이른다. 초등학생에까지 카드를 발급했을 정도였다. 무분별한 신용카드 사용으로 인한 연체와 개인파산이 속출하는 상황은 현 경제위기의 원인을 말해준다. BC카드 주식회사에 따르면 지난 10월말 현재 시중은행과 삼성, LG 등의 기업에서 발행한 신용카드는 국민 1인당 1개꼴인 3천8백36만6천여매. 거래금액은 현금서비스가 21조7천9백99억2천5백만원, 할부금액이 25조4천4백4억4천3백만원에 이른다. 이처럼 신용카드에 의한 소비규모가 커지면서 신용카드를 사용한 뒤 제때 결제하지 못해 자신도 모르게 금융전과자로 낙인 찍히는 신용불량자 수도 늘고 있다. 현재 은행연합회 신용거래 전산망에 집계된 신용거래 불량자 수는 1백70만여명, 신용불량건수는 3백50만여건에 달하고 있다. 이는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해말 우리나라 성인(18세 이상) 3천1백50만명의 5.2%에 이르는 수준으로 성인 20명당 1명꼴로 금융전과자 취급을 받으며 신용카드 발급에서 은행대출에 이르기까지 각종 불이익이 주어지고 있다. BC카드주식회사의 한 관계자는 『불황기일수록 경제능력 한도 내에서 카드를 사용하는 생활을 습관화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박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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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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