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대통령실

"도전에 함께 맞서자"에 갈채… 연설 후 사인요청 행렬 진풍경도

[李대통령 美 국빈방문] ■ MB 美 상·하원 합동연설 <BR>한국전 참전 의원들 일일이 호명 "여전히 젊어 보인다" 덕담 건네<BR>간간이 농담 던져 분위기 주도

한 시간도 여유 없이 진행된 사흘간의 일정에다 45분에 걸친 쉼 없는 연설 탓일까. 이명박 대통령의 목소리는 갈라졌다. 하지만 연설 마지막 "도전에 맞서 함께 나갑시다"라는 이 대통령의 목소리에는 힘이 실렸다. 검은색 정장에 붉은색 넥타이를 맨 이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미 하원 본회의장에 입장하자 의원들은 기립박수로 환영했다. 부인 김윤옥 여사는 차녀 이승연씨와 함께 귀빈석에서 이 대통령의 연설 모습을 지켜봤다. 이 대통령은 연단으로 오르면서 의원들과 반갑게 악수를 했고 연단에 오른 뒤에도 기립박수가 계속되자 손을 흔들며 영어로 '생큐(감사합니다)'라고 사례했다. 이 대통령은 존 베이너 하원의장의 소개를 받은 뒤 연설을 시작했고 미 의회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신속 비준을 높이 평가하자 첫 번째 갈채가 터졌다. 특히 이 대통령은 한미 FTA 역시 양국 간 동맹강화의 주요 수단임을 강조하며 한미가 피로 맺은 혈맹임을 거듭 강조했다. 앞서 열린 공식환영회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한국어로 말한 "같이 갑시다"를 한국어와 영어로 번갈아 말하며 의원들에게 한미관계 강화를 역설했다. 여기에는 굳건한 한미 동맹만이 국제사회의 냉엄하고도 치열한 외교전쟁과 통상경쟁, 군사적 충돌의 위험 속에서 한국이 생존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길이라는 인식이 깔린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이 대통령이 미국의 동아시아와 세계무대에서 역할을 강조한 점도 이런 맥락이다. 지난 1953년 양국 동맹의 시작인 한미상호방위조약이 자신이 연설 중인 하원 본회의장에서 통과된 지 58년 만에 한미 FTA도 비준됐다는 점을 거론하면서 "이로써 한미관계는 한 단계 높은 차원으로 발전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의원들과 미국 국민을 향해 "아버지와 할아버지의 신의를 지켜나가고 있는 데 대해 깊이 감사 드린다"며 한국전에 참전한 의원들을 일일이 호명하자 상ㆍ하원 의원들이 일제히 함성을 지르며 기립박수를 쳤다. 이 대통령은 한국전 참전 의원들에게 영어로 "You are still young. You look a young boy.(여전히 젊어 보인다. 소년 같다)"며 덕담을 건네기도 했다. 연설 도중 간간히 나온 애드리브(즉흥연설)도 한미관계가 친구이자 동반자임을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나는 개인적으로 프라이드 치킨도 좋아한다"고 말하며 좌중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연설 말미에서 이 대통령은 북한의 핵 포기를 촉구하며 통일 한국에 대한 미래 비전도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통일한국은 어느 국가에도 위협이 되지 않고 이웃 국가들의 번영을 촉구할 것이며 동아시아의 안정과 세계평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설 마지막 인사로 이 대통령이 영어로 "God bless you, God bless America.(신의 가호가 있기를)"라고 덕담한 대목에서 역시 기립박수가 나왔다. 연설이 끝나자 상ㆍ하원 의원들이 앞다퉈 이 대통령에게 몰려와 사인을 받는 진풍경이 연출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 8일 청와대에서 연설 최종 독회를 할 때 프롬프터까지 설치하고 초 단위로 시간을 맞추는 연습을 해가면서 연설의 완결성을 기했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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