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연휴 한반도를 강타한 태풍 `매미`가 대규모 정전피해를 비롯한 엄청난 인적ㆍ물적 피해를 내자 그 원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들은 이번 태풍이 집중호우 외에 순간 최대풍속이 초속 60m에 달하는 강풍을 동반했기 때문에 피해가 커진 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태풍 `매미`는 지난 6일 오후 괌섬 북서쪽 약 400km 부근 해상에서 열대성 저기압으로 발생해 북상하면서 점차 위력이 커졌다. 당초 소형 규모이던 `매미`는 이동을 거듭하면서 8일께는 강도가 `중`, 크기는 `중형`으로 커지기 시작했고 한반도 쪽으로 방향을 정한 10일께에는 크기는 중형급을 유지했지만 중심부근에는 초속이 44m를 넘어서는 강한 바람이 부는 `매우 강`급으로 위력이 상승했다.
중심기압도 12일 밤 경남 삼천포로 상륙하기 전까지 940헥토파스칼(hpa) 이하를 계속 유지해 강력한 에너지를 지닌 채 한반도에 들어오게 됐으며, 내륙에서도 950hpa대의 기압을 갖고 한반도를 관통했다.
일반적으로 태풍이 일본 오키나와 부근 해상까지 진출하면 세력이 점차 약해지는 것과 달리 `매미`는 강한 세력을 유지하면서 북상했고 특히 내륙에 들어와서도 강한 바람을 유지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매미가 이처럼 강한 바람을 갖고 한반도에까지 들어오게 된 가장 주된 원인은 한반도가 오호츠크해에서 발달한 찬 고기압의 주변부에 위치한 상태에서 남쪽으로부터 태풍인 열대저기압이 올라오면서 고기압과 태풍간의 기압차가 평소보다 크게 발생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이런 기압차로 인해 바람이 약해지지 않고 초속 40mm 이상의 강한 상태가 계속됐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남해상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1~2도 정도 높아, 북상하는 과정에서 `매미`에게 따뜻한 수증기가 보급돼 `기초체력`이 보강된 것도 `매미`가 위력을 유지하게 된 또 다른 원인이다. 이로 인해 `매미`는 순간 최대풍속 초속 60m란 기록을 남기면서 남부지방에 143만가구에 전기공급이 중단되는 대규모 정전사태와 막대한 인명ㆍ재산 피해를 냈다.
배전 및 송ㆍ변전 시설 가운데 전주 3,875개가 강풍에 견디지 못해 넘어지거나 기울어지는 등 피해를 입었고 변압기 434대도 파손됐다. 전선은 1,605곳이 유실 또는 단선됐다. 또 고리 1, 2, 3, 4호기와 월성 2호기 등 원전시설도 가동이 중단되기도 했다.
기상청 관계자는 “한반도 주변을 둘러싼 기압배치와 해수면 온도 등의 각종 여건이 태풍에 적합했다”며 “이런 여건들로 인해 내륙을 통과하면서도 강한 세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진영기자 eaglek@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