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한국투자공사의 모르쇠

1. 국민연금이 지난 6월 해외 주식시장에서 모건스탠리 등 외국 업체들에 돈을 맡겨 거둔 수익률은 얼마인가.

2. 우리나라의 국부펀드인 한국투자공사(KIC)가 같은 기간 해외 주식시장에서 외국 업체들에 돈을 맡겨 거둔 수익률은 얼마인가.

1번 문제의 답은 12.56%다. 2번 답은 모른다. 국민 누구나 궁금해 할 수 있는 내용이지만 국민연금은 정보를 밝히고 한국투자공사는 공개하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투자공사 측은 "위탁계약상 의무인 위탁자에 대한 비밀유지 책임이 있고 외환보유액 운용정보와 투자 관련 회의록을 공개하면 국내외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공개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쉽게 말하면 자금을 위탁한 한국은행과 기획재정부의 입장에 따라 밝히지 않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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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자금이 얼마나 증가하는지, 또 어떤 방식으로 투자되는지를 밝히지 않는다면 납득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물론 자금운용상 일정 부분 밝히지 못할 내용도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밝히는 수준의 정보는 당연히 공개돼야 한다. 국민연금은 현재 시점으로부터 3개월 전의 수익률은 물론 해외 어느 업체에 위탁하는지를 홈페이지에 상세히 공개하고 있다.

한국투자공사의 변은 또 이렇다. 대다수 국부펀드들이 투자 대상ㆍ규모ㆍ수익률 등을 비공개로 하기 때문에 우리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틀린 말은 아니다. 미국ㆍ아랍에미리트 등 해외 국부펀드들이 정보공개에 소극적인 것은 맞다. 하지만 선진국 시민단체들은 끊임없이 국부펀드의 투명성을 강조하고 정보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실제 아부다비투자청 같은 경우 부정부패의 소지가 많다고 국제적 지탄을 받고 있기도 하다.

한국투자공사는 세계 국부펀드들의 투명성을 비교하는 국제적 지수 평가에서 10점 만점에 9점을 받았다고 당당하게 공시해 놓았다. 45개 국부펀드 가운데 10위의 성적이라고 한다. 국제사회에서 10위권에 들 정도로 건전하고 투명하게 운용되고 있다면 정보공개를 무작정 거부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더도 덜도 말고 국민연금 수준만큼이라도 공개하기 바란다.

강동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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