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하투 잠잠한데 기아차 노조 파업 가결

70.7% 찬성으로… 파업돌입 여부는 더 지켜봐야<br>현대차 노조도 사측 협상재개 요청속 찬반투표 강행

올 들어 ‘하투(夏鬪)’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노동 현장의 파업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최근 글로벌 경기가 침체되면서 기업의 경영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노사가 힘을 모아야 할 때라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노동 현장에서 대체적으로는 파업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서도 유독 현대ㆍ기아차 노조만 강경 태도로 일관하고 있어서 비난이 일고 있다.

13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올 들어 이달 11일까지 전국의 노사 분규 건수는 29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55건)보다 47.3%가 줄었다. 분규로 인한 근로손실일수도 지난 7일까지 13만2,536일로 지난해(38만1,989일)보다 65.3%나 감소했다.


이에 따라 해마다 여름마다 일어나던 대규모 파업은 올해에는 자취를 감췄다. 대부분의 주요 기업들은 임금단체협상과 임금협상을 순탄하게 마무리 짓고 있다. 삼성중공업ㆍ현대중공업ㆍ쌍용자동차ㆍ한진중공업ㆍ르노삼성ㆍ현대미포조선 등은 7월~8월 사이에 임단협ㆍ임협을 타결했다.

올 들어 세 차례 파업해 임단협이 결렬될 우려가 컸던 르노삼성도 지난달 8일 기본급은 동결하되 경영목표를 달성할 때 인센티브를 지급한다는 내용으로 타협에 성공했다. 2009년 대규모 파업 사태로 홍역을 겪었던 쌍용차도 지난달 25일 임단협을 마무리하고 13일 경영정상화를 위한 노사간 협력을 다짐하는 임금협상 조인식을 가졌다.


또 한국GM과 대우조선해양, 현대삼호중공업은 임금협상에 잠정 합의해 파업과 같은 극단적인 결과는 일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올해 파업을 시작해 진행 중인 구미 KEC와 울산 대우버스 등도 하루에 2~4시간씩 ‘간헐적 분규’에 그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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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기업 상황이 워낙 어려운 만큼 노조들이 극렬 투쟁보다는 대화로 해결하자는 분위기가 퍼지고 있다”며 “노조 입장에서는 귀족 노조 이기주의라는 비판도 부담스러운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에 반해 현대차는 나홀로 강경 행보를 고집하고 있다. 이날 사측에서 오는 16일 임단협 교섭을 재개하자는 내용의 공문을 노조에 전달했으나 노조는 이를 외면하고 파업찬반 투표를 강행했다.

현대차 노조는 순이익 30%의 성과급 지급과 조합활동에 민ㆍ형사상 책임 면제, 정년 만61세 연장, 대학 미진학 자녀 취업지원금 1,000만원 지급 등 받아들이기 힘든 요구조건을 내세워 회사를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최근 수입차 공세로 안팎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고 하반기도 낙관할 수 없다"며 "대립이 아닌 장래를 내다보는 안목으로 대화와 협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호소했다.

파업 찬반투표가 가결되면 노조는 20일부터 합법적으로 파업할 수 있다. 이에 따라 노조는 오는 19일 쟁의대책위원회와 확대운영위원회를 잇따라 열 계획이다. 쟁대위에서는 전반적인 파업 시행 계획 등 큰 틀을 짜고 확대운영위에서는 파업 관련 세부 계획안을 확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노조측은 사회적 비난이 거센데다 임금손실이 만만찮은 점을 감안해 전면파업보다는 부분 파업으로 시작해 점차 강도를 높여갈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노조가 부분파업을 벌이다가 사측에서 만족할만한 제시안이 나오지 않으면 파업시간을 늘려 사측을 압박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영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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