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글로벌 역량강화가 국내 은행의 과제

주요 시중은행들의 새 경영진 구성이 마무리됨에 따라 은행산업의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ㆍ신한ㆍ산업은행의 신임 최고경영자(CEO)들은 한결같이 의욕적인 경영계획과 전략을 내놓고 있어 은행의 판도변화까지도 가능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동우 신한지주 회장은 치열한 금융전쟁에서 이기는 전략으로 '차별화된 상품과 서비스'를, 강만수 산업지주 회장은 '대형화와 국제화'를, 이순우 우리은행장은 현안인 '민영화'에 중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은행 빅뱅'에 대비하고 리딩뱅크로 도약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 금융시장은 지각변동을 겪고 있다. 우선 규모 면에서 미국 은행들이 중국 은행들에 밀리고 있고 투자은행에 비해 상업은행들의 성장이 두드러지고 있다. 제도적 측면에서는 위기발생시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는 금융 시스템 구축을 비롯해 리스크 관리와 금융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에서 금융개혁도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은행을 비롯한 국내 금융산업은 여전히 우물 안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동안 인수합병을 통한 대형화가 꾸준히 이뤄지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 규모 면에서 세계랭킹 50위 안에 드는 은행이 없는 실정이다. 아랍에미리트(UAE) 원전을 수주하고도 국내은행이 보증조차 서지 못하고 있을 정도로 국제금융 서비스가 취약하기 짝이 없다. 서비스 및 영업행태도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담보대출이 대부분이고 수익도 예대마진에 의존하고 있다. 미국 상업은행들의 비이자 수익 비중이 40%에 이르는 것과 대조적이다. 제조업에서는 삼성전자ㆍ현대자동차 등 세계적인 기업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이제 금융에서도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은행이 나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규모를 키우고 수익원 다양화 등을 통해 체질을 강화해나가야 한다. 과감하게 선진 금융기법을 도입하고 전문인력을 확보하는 것이 일차적인 과제다. 담보대출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신용평가 및 대출심사 시스템을 개선하고 고객별 수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맞춤형 서비스를 통해 수익기반을 넓혀나가야 한다. 아울러 포화상태에 이른 국내시장에서 벗어나 해외시장으로 포트폴리오를 확대함으로써 글로벌 역량을 강화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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