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담보인정비율(LTV)에 이어 총부채상환비율(DTI)도 60%로 단일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나서면서 위축됐던 주택 거래 시장의 기대감이 커지는 모습이다. DTI가 완화되면 재산은 있지만 소득이 적거나 증여나 상속 등을 통해 받은 재산을 형성한 수요자의 은행 대출을 이용한 주택 구입 여력이 커지기 때문이다.
고준석 신한은행 청담역지점장은 "현재 DTI 수준에서는 자기 연봉의 2~3배 정도가 대출 한도지만 10% 정도의 비율이 늘어나면 보통 4배 정도까지 늘어날 수 있다"며 "레버리지 효과가 커지는 만큼 집 구매 여건이 좋아지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일선 시장도 이미 대출 규제 완화라는 재료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모습이다. 특히 그동안 대출 장벽이 높아 집 구매를 미뤘던 실수요자와 신혼부부 등 젊은 세대의 집 구매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노원구 상계동 L공인 관계자는 "대기 수요자의 문의가 부쩍 늘었고 싸게 나온 물건이 있다면 대출을 받아 사려는 세입자도 늘어났다"며 "다만 아직 투자 수요가 움직이는 모습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특히 강남권 일부 지역은 서서히 매도자 우위 시장으로 넘어가고 있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가 늘면서 매물을 거둬들이는 집주인도 많아지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J 공인 관계자는 "급매물이 빠르게 해소되는 등 심리적인 효과는 벌써 반영되고 있다"며 "당장은 아니지만 조만간 실질적인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의도하는 대로 대출 규제 완화가 곧바로 거래 증가와 부동산 경기 활성화로 이어지는 것은 힘들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예전보다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줄어든 상황에서 자기 자본이 적은 사람이 대출을 늘려가며 무리해서 집을 사지는 않으리라는 것이다. 특히 최근 4~5년간 부동산 침체기를 겪으면서 부동산 투자 성향이 자본이익보다 임대수익으로 옮겨가 주택에 대한 관심 자체가 줄어든 것도 정부의 생각보다 파급 효과가 적을 수 있는 원인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거래는 다소 늘어나겠지만 가격은 이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며 "주된 수요층인 베이비붐 세대가 주택에 대한 관심을 줄여가고 있고 젊은 세대는 비싼 기존 주택보다 대출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신규 분양 주택에 몰리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DTI와 LTV를 10% 정도 올리는 것만으로 시장의 큰 흐름을 바꾸기는 힘들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지금도 DTI의 경우 상환기간을 늘리면 대출한도가 늘어날 수 있고 LTV의 경우 2금융권을 이용하면 집값의 80%까지 대출이 가능한 상황이다. 실제로 5억원을 연 5%의 이자로 5년간 은행에서 빌릴 경우 연평균 상환금액은 1억2,400만원이지만 10년을 빌릴 경우 7,500만원 정도로 줄어든다. 홍석민 우리은행 부동산팀장은 "어느 정도의 부동산 시장 회복은 기대할 수 있겠지만 그보다는 기존의 2금융권 대출을 1금융권으로 바꿀 수 있어 하우스푸어 등 금리 부담이 큰 계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