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이것이 경쟁력이다]교차판매와 금융지주사

금융상품생산ㆍ유통분리, 효율 극대화세계적으로 경쟁력있는 금융회사들은 한결같이 '교차판매(Cross-Selling)'를 고객들을 사로잡는 가장 위력적인 무기로 인식하고 있다. 씨티그룹, BNP파리바, 찰스스왑(Chares Schwab), HSBC 등 세계적인 명성을 날리고 있는 금융회사들은 전략적제휴 등을 통한 강력한 교차판매로 금융소비자를 유인해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다. 대부분이 금융지주사 방식으로 묶여 계열 금융사간 유기적인 협조가 가능하다는 공통점도 있다. 교차판매는 특정 금융회사가 자체 개발한 금융상품만을 판매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전문성과 경쟁력이 부족한 분야의 상품을 과감히 외주에 맡기거나 다른 금융회사들이 개발한 상품을 적극적으로 함께 판매하는 영업방식을 말한다. 금융상품의 '유통'에 힘을 집중시켜 마케팅 효율을 높인다는 게 골자다. 국내 금융회사들도 교차판매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 은행 창구에서 수익증권을 판매하는 등 이미 영업구조가 달라지고 있다. 다만 이를 시스템으로 뒷받침하는 작업은 이제 걸음마 수준일 뿐이다. 정부 주도의 우리금융지주회사와 민간 주도의 신한금융지주회사 2곳이 '교차판매 시스템'을 앞장서 실험하고 있다. ◇최선의 선택, 금융지주회사 미국의 연방 예금보험공사 가맹 은행중 95%가 은행지주회사 형태. 일본 역시 지난해 10월 다이이치 강쿄, 후지, 흥업은행 등 3개 은행이 지주회사 방식으로 통합해 '미즈호'라는 세계 2위의 초대형 은행 지주회사로 탄생했다. 지주회사가 은행조직의 대표적인 경영지배구조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것은 내부효율 극대화는 물론 대형화를 위해서도 가장 용이한 형태이기 때문. 지난 98년 10월 증권과 보험에 강점을 지닌 트래블러스 그룹과 이업종간 지주회사 방식으로 통합한 씨티그룹은 3년 연속 세계 1위 은행을 차지하며 금융지주회사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씨티그룹은 자원공동활용 및 교차판매라는 겸업화 시너지 효과에 힙입어 통합당시 주가(23달러)보다 150% 상승한 60달러의 주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교차판매(Cross-Selling)가 최대의 경쟁력 최근 몇 년간 금융산업은 급속도로 전문화되고 세분화되면서 은행 상품들이 투신사, 증권사, 보험사 등의 전문 금융기관이 내놓는 상품에 비해 종류나 품질면에서나 경쟁력을 점차 상실하고 있다. 많은 국내 은행들은 신탁상품에 대한 개발, 판매 및 자산 운용까지 일괄적으로 시도하다가 엄청난 부실을 초래하고 그 손실을 고객에게 고스란히 떠넘기기도 했다. 이에비해 선진 금융의 대표적인 특징은 유통과 생산의 분리. 과거의 유통과 생산을 겸하던 전통적인 은행들은 사라지고 자사의 상품개발보다는 고객자산을 한 곳으로 집중시키기 위한 유통전문 금융회사가 급부상하고 있다. 미국 증권사중 고객으로부터 가장 많은 자산을 끌어들인 찰스 스왑은 지난 한해동안 신규고객으로부터 1,070억달러의 자산을 유치했다. 연평균 40%의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찰스스왑의 가장 큰 경쟁력은 교차판매. 현재 판매중인 1,000여가지 상품중 자사상품은 15%에 불과하다. 조직도를 그릴수 없을 정도로 수많은 자회사를 지닌 BNP파리바그룹 역시 모자회사간 활발한 교차판매를 하고 있다. 일례로 방카슈랑스회사인 카디프와 소비자금융회사인 세텔렘의 경우 한 고객에게 한 개의 대출상품을 팔면서 대출신청서내에 대출금상환보장보험(CPP)이라는 보험상품에 대한 가입을 체크하고 있다. 이 상품은 대출자가 일시적인 실업, 재해 등으로 대출금을 갚기 힘들 때 대신 상환해주는 대신 연이자 5~6%를 더 받는 것으로 1인당 생산성은 물론 수익성도 극대화할 수 있다. 갈수록 복잡하고 다양화되는 소비자의 금융수요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보다 넓은 범위의 상품군을 확보해야 된다. 은행 창구에서 금융 상품 뿐 아니라 핸드폰이나 햄버거를 함께 판매해야하는 시대가 곧 도래할지도 모른다. ◇교차판매를 위한 제도정비 시급 대동소이한 금융상품을 제공하고 있는 국내 금융회사들이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법제도를 비롯한 금융 인프라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일부 금융상품에만 허용되고 있는 제한적인 위탁판매만으로는 세계적인 금융회사와 경쟁을 할 수 없다는 것.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선진국들은 금융지주회사의 자회사간 고객정보 공유가 자유롭게 허용하고 있다"며 "우리나라 역시 금융회사의 경쟁력 제고 및 고객들의 서비스에 대한 욕구충족을 위해 정부의 제도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외에 각 업종별로 하나의 사업부문에 대해 복수의 인가를 불허하는 문제 역시 해결돼야 될 과제중 하나. 지주회사 본연의 의미에 맞는 시너지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는 개별 사업라인의 신설, 인수, 매각 등이 자유로워져야 된다는 지적이다. ◇소비자가 있는 곳에 은행이 생긴다 이제까지의 전형적인 은행개념이 파괴되고 있다. 지난 5월 일본 유통업의 이토요카도그룹은 편의점인 세븐일레븐을 이용한 'IY은행'을 만들었다. 이토요카도그룹의 IY은행은 수많은 반대를 이겨내고 편의점내의 ATM기를 무기로 금융이외의 이업종에서 신규 진출한 은행으로 탄생했다. 이 은행은 고객이 24시간 365일 이용가능한데다 하루평균 약 1,000명이 내점하고 있어 일반 은행의 무인점포보다 집에서 가까운 거리에서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총9,000개에 이르는 막대한 점포망을 가진 유통업체로써 도시은행의 보통예금보다 금리는 2.5배나 높지만 수수료는 싼 은행을 지향하고 있다. 소비자가 모이는 곳이면 어디든 금융이 가능하다는 발상을 바탕으로 새로운 형태의 금융업이 급부상하고 있다. 김민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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