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환 노동부 장관의 발언이 노사문제에 새로운 논란을 불러일으킬 조짐을 보이고 있다.
사회공헌기금이라는 불씨에 기름을 끼얹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가 단지 취지가 좋다는 이유로 재계를 압박할 경우 국내기업들의 경영 및 수익구조가 심각하게 왜곡될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 대기업 경영 및 회계구조 심각한 왜곡 우려 = 노동계가 주장하는 것처럼 사업주가 매년 순이익의 5%를 사회공헌기금으로 출현하도록 의무화할 경우 사업주는 각종 편법을 동원해 순이익을 줄이려는 시도를 할 수밖에 없다.
대기업들은 IMF 외환위기 이후 주가관리가 핵심이 되면서 순이익을 확대하기 위해 협력업체에 돌아갈 마진을 깎는 방식으로 모기업의 순이익을 부풀려왔다.
이 과정에서 피해는 결국 중소기업들에 돌아가고 이는 또다시 중소기업 근로자를 압박하는 악순환을 초래할 가능성이 크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한 노동전문가는 “취지야 좋지만 실상은 전혀 다르다”며 “같은 노동자라도 대기업 노동자가 황제라면 중소기업 노동자는 거지신세로 노동계에도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는데 사회공헌기금이 현실화될 경우 아랫돌 빼서 윗돌을 괴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고 혹평했다.
◇ 겉으로는 굴복, 내심은 칼 가는 재계 = 재계가 정부와 노동계의 주장에 굴복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사회안정기금에 일조하겠다는 입장까지 물러선 데는 이처럼 다양한 수법을 통한 회계조작이 가능하다는 계산이 깔린 듯하다.
또 노동계가 압도하고 열린우리당이 받쳐주는 현재의 정치환경 속에서 더이상 버틸 수 없다고 인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재계는 노동계의 사회공헌기금 출연 요구에 대해 공식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재계가 겉으로는 강경입장을 고수하지만 물밑에서는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 여러가지 시나리오를 놓고 연구ㆍ검토하고 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로 인해 기업인들의 경영의욕은 완전히 꺾일 것으로 보인다. 재계가 “자본주의를 하지 말자는 것이냐”며 반발하고 나선 것도 이런 속사정이 있기 때문.
익명을 요구한 재계의 한 관계자는 “김 장관이 누구한테 그런 말을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재계의 보편적인 정서와는 거리가 먼 상황판단이고, 사견임을 전제로 장관이 말을 막하고 있다”며 “발언을 신중하게 해달라”는 격한 반응을 보였다.
정승량기자 schung@sed.co.kr
이진우기자 rain@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