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돈만 되면…' 뉴타운 도둑 극성

맨홀뚜껑ㆍ가스난로ㆍ대문 등 닥치는대로<br>경찰 "빈집서 물건 가져가도 절도행위"

`뉴타운'이 들어설 서울 은평구 구파발동과 진관내ㆍ외동 주민들은 요즘 제대로 밤잠을 이루지 못 한다. 철거 작업이 시작돼 새로운 보금자리를 찾느라 가뜩이나 정신이 없는 마당에 고철과 금속제 생활용품, 대문 등 쇠로 된 물건은 가리지 않고 훔쳐가는 도둑이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13일 은평뉴타운 2지구 주민대책위원회에 따르면 작년 10월 말 철거에 들어간진관외동 뉴타운 예정지의 경우 아직 400여 가구가 살고 있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찾아오는 `밤손님' 때문에 골치를 앓고 있다. 한집 두집 철거가 진행되면서 고철을 몰래 뜯어다 고물상에 팔아 넘기는 수준을넘어 사람이 살고 있는 집에까지 도둑의 손길이 미치기 시작한 것. 주민 정모(65)씨는 "외출했다 돌아오니 누가 철제 대문을 뜯어가 대문이 있던자리를 임시 방편으로 널빤지로 막아 놓았다"고 하소연했고, 또 다른 정모(55)씨는"계량기를 도둑맞아 6만원이나 주고 새 것을 샀다"고 했다. 포장마차를 하는 오모(34.여)씨는 며칠 전 잠시 자리를 비운 새 LPG 가스통이없어지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인적이 드문 골목의 맨홀 뚜껑이 사라진 것은 물론이고 가정집의 수도꼭지와 배관용 파이프, 보일러, 창틀 등 철제품은 모두 피해 목록에 올라 있다. 현장에서 고철을 수집하던 A씨는 "어차피 철거하는 지역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없을 것 같아 쇳덩어리를 모아 고물상에 팔고 있다"며 "창틀 같은 것은 2만∼3만원밖에 못 받는다"고 말했다. 피해가 늘어나자 SH공사(옛 서울도시개발공사)는 작년 11월 주민 18명으로 순찰대를 만들었다. 많을 때는 고철 `불법 수거범'을 하루 20여명까지 잡기도 했지만 넓은 구역을 모두 감시하기엔 역부족이다. `벼룩 간을 내먹는' 좀도둑이 끊이지 않자 경찰도 가세했다. 서울 은평경찰서는 진관외동 일대 빈집을 돌며 창틀 6개를 뜯어낸 황모(49)씨등 2명과 구파발동 정모(54)씨의 가게에서 가스난로와 창틀, 알루미늄제 문을 훔친이모(71)씨를 특수절도 혐의로 13일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철거가 시작된 뒤 고철 등을 훔치다 입건된 사람이 은평뉴타운 2지구에서만 수십명에 달한다"며 "사람이 사는 집뿐 아니라 빈집이라도 남의물건을 훔치면 엄연한 절도행위로 처벌을 받는다"고 경고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