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목요일 아침에] 환율 거품

[목요일 아침에] 환율 거품 박시룡 srpark@sed.co.kr 지난 12일 한국과 일본의 통화당국에 기업인들의 관심이 쏠렸다. 공교롭게도 금리 향방을 결정하는 회의가 같은 날 열린 것이다. 결과는 뜻밖이었다. 일본보다 금리가 몇 배나 높은 한국 통화당국은 금리를 올렸고 여전히 제로금리나 다름없는 일본은 금리를 동결했다. 경기가 회복되고 있고 과잉유동성으로 물가상승 우려가 있어 선제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금리인상의 명분이다. 앞으로 금리를 더 올릴 것임을 시사하는 한국은행 총재의 언급도 뒤따랐다. 금리인상 명분에 설득력이 전혀 없어 보이진 않는다. 과연 물가불안을 수반할 정도로 경기회복세가 강력한지는 모르겠지만 통계상으로 소비와 투자면에서 회복조짐이 나타나고는 있다. 시중의 과잉유동성 논란도 금리인상에 대한 유혹을 키웠을 것으로 짐작된다. 지난 몇 년간의 부동산 가격 폭등에 이어 올 들어 증시가 뜨겁게 달아오르는 것을 저금리와 과잉유동성 때문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몇 년간 주택구입 자금이 폭발적으로 풀려나가 부동산 가격이 폭등하고 가계부채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것을 방치하고 있다가 이제 와서 금리를 올려 유동성을 흡수하겠다는 것은 소잃고 외양간 고치기 같은 처방이라는 비난을 살 만하다. 원화강세 부추기는 금리인상 그렇더라도 금리인상이 경기회복과 국제수지를 해치지 않으면서 물가불안을 차단할 수 있다면 문제될 것은 없다. 그러나 세 마리 토끼를 잡는데 이 시점에서의 금리인상이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다. 당장 금융부채가 600조원이 이르는 가계의 금리부담이 커져 소비회복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높다. 반면 부유층의 부동자금이 금융권으로 환류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수천개에 이른다는 다양한 펀드를 비롯해 돈을 굴릴 수 있는 금융상품이 많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록 소폭이나마 금리상승은 가뜩이나 얼어붙은 기업들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공산이 크다. 대외 부문에서 올 충격은 이보다 훨씬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금리인상 직후 환율이 크게 떨어지기도 했지만 달러화와 엔화 등 주요 통화에 대한 원화강세로 국내 기업들의 고통은 한계상황에 이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소기업들의 대다수가 현재의 원고하에서는 수출채산성을 맞추지 못한다는 분석도 있다. 대기업들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내수부진 속에서도 우리 경제가 그나마 굴러가는 것은 거의 전적으로 기업의 수출 덕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환율이 떨어지면 수출경쟁력이 타격을 받고 채산성이 나빠진다는 것은 이제 상식이 됐다. 가령 환율이 10% 하락할 경우 삼성전자ㆍ현대자동차와 같은 대형 수출기업들이 가만히 앉아서 당하는 손실만도 수조원에 이른다. 수입물가 하락과 같은 이점을 내세워 이런 손해를 기업들의 문제로 떠넘기는 것은 단견이다. 수출에서 당하는 기업들의 손실은 바로 국부가 그만큼 사라지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쉬운 말로 기술개발을 통해 품질경쟁력을 높이라고 하지만 단기간에 가능한 일은 아니다. 당장 수출이 어렵고 채산성이 나빠지면 일차적으로 고용을 줄이거나 투자를 안 하는 것이 기업의 속성이다. 양질의 일자리 창출이라는 최대 과제에도 도움이 안 된다. 수출 피해는 곧 국부 손실 막대한 무역흑자에다 전후 최장의 경기회복기를 누리면서도 고집스레 제로금리를 포기하지 않고 있는 일본 통화당국과는 퍽 대조적이다. 인위적으로 환율을 관리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엔저를 타고 일본 기업과 경제는 승승장구하고 있다. 자동차를 비롯한 일본 상품이 국내시장을 빠르게 파고드는 것도 엔저로 가격경쟁력이 크게 높아졌기 때문이다. 외환시장에 개입해 환율을 지나치게 왜곡시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러나 통화가치에 거품이 들어가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무리하게 국민소득 1만달러의 환상을 쫓다 원화의 과대평가를 방치한 것이 외환위기의 도화선이었다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물가도 중요하다, 그러나 성장과 국제수지가 더 중요한 것이 한국 경제라면 환율에 거품을 불어넣는 것만큼 위험한 일도 없을 것이다. 입력시간 : 2007/07/2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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