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보험설계사의 변명

박태준 기자 <금융부>

가정주부 Y씨(32)는 한달 전에 한 생명보험사로부터 계약 만기 안내장을 받고 적지않게 놀랐다. 매월 10만원씩 5년 동안 600만원의 보험료를 낸 저축보험의 만기 이자가 턱없이 적었기 때문. 그녀가 받게 될 만기 보험금은 613만여원. Y씨가 가입한 상품은 ‘슈퍼재테크보험’으로 계약 당시 담당 설계사는 이 보험이 금리연동형 상품이기 때문에 적용이율이 수시로 바뀔 수 있다는 얘기도, 보험료 일부가 보험사 사업비로 떼어진다는 얘기도 없었다. 다만 은행금리보다 적용이율이 높은 상품이라는 얘기만 강조했다. 며칠 전 Y씨는 이 상품을 팔았던 설계사로부터 오랜만에 전화를 받았다. 설계사 K씨는 상품 만기가 됐으니 다른 보험에 가입할 것을 권했다. 기대 이하의 만기 보험금에 가뜩이나 짜증이 나 있던 Y씨가 불만을 늘어놓자 K씨는 슈퍼재테크보험에 가입했을 때 첫번째 보험료 10만원을 자신이 대신 내줬으니 당신은 괜찮은 수익을 올린 것 아니냐며 당당히 말했다. Y씨는 말문이 막혔다. 지난해 봄 생명보험업계는 지난 90년대 말 외환위기를 전후해 마구잡이로 판매했던 슈퍼재태크보험 때문에 홍역을 치렀다. 이 상품은 시중금리에 따른 적용이율이 바뀌는 금리연동형 상품이었지만 당시 보험 모집인들은 은행보다 금리가 높은(8.5~9%) 저축보험이라며 소비자들을 현혹시켰다. 이후 이 상품의 적용이율은 갈수록 떨어져 3%대까지 내려앉았고 5년의 계약기간이 끝나고 만기 보험금 지급이 시작된 지난해 4월 무렵, 형편없는 이자에 실망한 계약자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Y씨의 경우처럼 슈퍼재테크보험의 후유증이 계속되고 있는 요즘 생명보험업계의 주력상품인 변액보험 역시 앞으로 계약자들의 민원이 양상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생보사들이 앞 다퉈 이 상품을 내놓으면서 “간접투자상품으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만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작 보험료에서 떼어지는 사업비 때문에 실제 계약자가 받는 수익금이 생각보다 적을 수 있고, 또 가입 초기 해약할 경우 해약환급금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는 계약자는 적다. 변액보험과 관련된 우려가 현실화됐을 때 이 상품을 판매했던 생보사와 설계사들은 또 어떤 변명을 늘어놓게 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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