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이 3일 국회의원의 특권을 내려놓기 위해 '국회의원 특권방지법'과 국회의원을 포함한 모든 공무원에 대한 '부정 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 충돌 방지법(김영란법)',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지방자치법' 개정을 공식 제안했다. 이 같은 제안은 오는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새 정치 구호를 들고 나선 안철수 의원 측의 새정치신당에 맞서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새누리당도 황우여 대표가 신년 연설에서 이 같은 정치 개혁안을 제시한 만큼 환영한다는 입장이어서 국회의원의 특권 내려놓기가 2월 입법 과정에서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세 가지 법안 제정 및 개정을 추진하고 이를 위해 국회 내에 윤리감독위원회를 설치할 것을 주장했다. 민주당이 제안한 특권방지법에는 부정부패 사건 등에 연루된 국회의원을 유권자가 직접 심판할 수 있도록 '국회의원 국민소환제'가 도입된다. 현재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원에게 적용되는 주민소환제와 비슷한 제도로 지방자치법 개정이 필요하다.
또 정치자금 편법모금 창구로 전락한 국회의원 출판기념회의 비용과 수익을 선거관리위원회에 신고하고 연간 또는 분기 단위로 각 의원실에서 사용한 비용을 항목별로 제출·공개하는 등 회계 투명성을 높이는 방안도 법안에 담긴다.
특히 선물과 향응, 경조사 금액은 5만원 이하만 허용하고 특히 선물은 1명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한도를 연간 10만원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선물과 향응·경조사·출장에 대한 규제는 보좌관과 비서관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민주당은 부정부패 감시를 위해 국회로부터 독립된 상설 조직인 국회의원 윤리감독위를 신설하자고 주장했다. 위원회는 여야 동수로 구성하고 국회 윤리위원회와 윤리감독위원회를 통해 의원에 대한 징계 수준을 강화하자는 제안이다.
윤리감독위는 선물과 향응·출장·경조사·후원회 등에 대한 보고를 받아 조사하게 된다. 의원들이 해외 출장에 나설 경우 윤리감독위원회의 사전 승인을 받고 사후에 비용 지출과 선물·향응 내역 등을 제출해야 한다. 국내외 공항 귀빈실과 열차 의전실 사용 대상에서 국회의원은 제외하기로 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국회에 외부 심사위원으로만 구성된 '국회의원 세비심사위원회'를 설치, 세비 책정의 투명성을 높이기로 했다. 최재천 홍보위원장은 세비 30% 삭감 공약을 포함하지 않은 것에 대한 질문에 "제대로 약속을 이행하지 못해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면서 "대신 외부 인사로 구성된 세비 심사위원회가 결정하면 이를 따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우선 '부정 청탁 금지 및 공직자의 이해충돌 방지법안(김영란법)'에 대해서는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시켜 국회의원에게도 적용한다는 당론을 확정했다. 직무 관련성이 없는 금품수수를 형사처벌하는 내용의 김영란법 원안에 최대한 가깝게 제정할 방침이다. 새누리당도 민주당의 이 같은 제안에 대해 환영하는 분위기여서 2월 국회에서 관련 법안 처리가 빠른 속도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황 대표는 지난달 14일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정치자금법 회피 수단이 된 출판기념회의 제도적 정비 △국회의원들의 해외 출장에 대한 윤리성 강화 △원안의 정신을 살린 '공무원 부패방지법안(일명 김영란법)'의 처리를 올해 추진할 주요 정치혁신과제로 꼽았다. 황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의 정치 혁신안이) 1월 연두 기자회견에서 언급한 이야기와 많이 일치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며 "(여야가) 같이 추진하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민현주 대변인도 "민주당의 제안은 그동안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에서 꾸준히 제기됐던 것으로 새누리당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며 "그러나 민주당의 제안이 지방선거를 앞두고 안철수 신당과 경쟁하기 위해 전시성으로 급조한 것이라는 우려가 있는 만큼 진정성을 갖고 접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