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기자의 눈/8월 4일] 랩(Wrap) 높은 보수에 눈 먼 증권사

요즘 증권시장에선 자문형‘랩(Wrap)’ 상품이 유행이다. 펀드가 옛 명성을 되찾지 못하면서 그 자리를 랩이 꿰찼다. 증권사들의 랩 관련 마케팅이 홍수처럼 넘쳐나고 여기저기서 랩 상품에 가입하겠다는 투자자도 넘쳐난다.

‘포장하다, 싸다’라는 의미의 랩(Wrap)은 말 그대로 개별 고액의 성향에 맞게 포트폴리오를 다르게 ‘포장’해주는 상품이다. 고객 성향이 제각각인 만큼 랩은 투자자별로 포트폴리오가 다르게 운용되며 그만큼 이에 상응하는 보수(fee)도 높다. 또 포트폴리오 분산을 위해 최소 가입 금액도 높게 책정해 왔다.


그런데 요즘 ‘랩’은 펀드와의 차별성을 두기 어렵다. 최근 증권사들이 너도나도 가입 금액을 낮춘 랩을 판매하면서 가입 장벽이 낮아졌다. 1인당 가입 금액이 낮아지는 대신 투자자들의 수가 많아졌고, 이렇게 모은 돈을 자문사로 하여금 운용토록 했다. 자문사들은 나름의 포트폴리오를 투자자들의 성향에 상관없이 모두에게 일괄 적용한다. ‘자산운용사’자리를 ‘자문사’가 대신하고 있을 뿐 소액 투자자들의 돈을 모아 증권 관련 상품에 투자한다는 ‘펀드’의 운영 방식과 별반 다를 게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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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 큰 문제는 보통 펀드의 경우 분산투자를 위해 한 종목으로의 ‘몰빵’은 자제하도록 하고있지만 랩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특정 종목으로의 ‘몰빵’이 가능해 포트폴리오에 담긴 종목수가 10~20개 정도에 그친다. 이 같은 랩의 특징은 최근 상승장에서 더욱 더 높은 수익률을 가져다 줬고, 이는‘고수익을 낼 수 있는 유용한 재테크 수단’으로 랩을 홍보하는 근거가 됐다.

하지만 이 같은 몰빵 투자가 그만큼 위험할 수 있다는 사실은 랩 관련 마케팅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최근 자문사 7공주로 알려진 종목들이 시가총액 규모가 무색하게도 하루에 수 퍼센트씩의 등락을 거듭하는데도 이에 대한 경고음은 어디에도 들리지 않는다.

변동성만 잔뜩 높은 펀드를 ‘고수익’상품으로 둔갑시켜 판매에만 열을 올리고 있는 증권사들은 랩이 주는 높은 보수(fee)에 눈이 먼 상태다. 과연 고수익의 위험성이 반대로 적용되는 상황이 오면 이들은 또 무슨 변명을 할까. / 증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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