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이익 등 펀더멘털 개선 확인 필요
한 달째 이어지고 있는 지루한 장세에 투자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대부분의 증시 전문가들이 올해 ‘상저하고’의 장세를 예측했지만 1~2월 코스피지수는 풍부한 유동성에 힘 입어 유럽 재정위기 확산 우려로 글로벌 증시가 폭락한 지난해 8월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하지만 최근 단기 급등에 따른 피로감과 유로존ㆍ중국 등의 경제 성장 둔화 우려가 불거지면서 증시는 다시 답답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펀더멘털 개선이 확인되기 전까지는 채권이나 현금, 대체투자 비중을 늘려 손실 위험을 줄이는데 신경을 써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29일 서울경제신문이 주요 증권사의 자산배분전략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문가들은 4월에는 펀더멘털 둔화와 풍부한 유동성이라는 상반된 재료들간의 줄다리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어느 쪽으로 힘이 쏠리느냐에 따라 올 한해 자산시장의 방향성이 결정될 수 있는 변곡점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한동욱 현대증권 자산배분팀장은 “유럽중앙은행이 공급한 풍부한 유동성이 실물시장으로 흘러 들어가지 않고 있고 은행의 대차대조표도 개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유럽 재정위기에 대한 우려가 다시 불거지고 있다”며 “중국의 경기둔화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당분간 증시의 발목을 잡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채권이나 현금 비중을 늘리라는 조언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김소정 대우증권 PB컨설팅부 부장은 “최근 국내 기업들의 이익 추정치가 지속적으로 낮춰지고 있다”며 “4월 중순 이후 어닝시즌에 들어가더라도 삼성전자를 비롯한 몇몇 기업을 제외하고는 실적 공개가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당분간 위험관리에 초점을 두고 유동성을 확보하는데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기가 가시적인 회복 조짐을 보이기 전까지는 주식보다는 채권과 대체투자, 현금 비중을 늘릴 것을 조언하고 있다. 해외주식 가운데선 미국의 경기지표 회복세가 두드러지고 있는 만큼 이머징마켓보다는 선진국 비중을 늘리는 전략이 추천됐다. 또 연 7~9%의 수익률이 예상되는 하이일드채권이나 브라질국채, 주가연계증권(ELS) 등이 유망한 것으로 조사됐다. 양은석 미래에셋증권 투자전략팀 연구원은 “주식시장의 변동성이 점차 확대되면서 위험 대비 수익률은 점차 낮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변동성이 커지면 더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ELS 같은 대안투자 상품을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원자재 시장에 대한 전망도 밝지 않은 편이다. 원유ㆍ금 가격 모두 장기적으로 상승추세를 이어가겠지만 미국의 제3차 양적완화 시행 여부가 불확실해지면서 당분간 변동성이 클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투자상품 역시 위험관리 초점을 둔 중위험ㆍ중수익의 상품이 주로 추천을 받았다. 양은희 한국투자증권 상품마케팅부 차장은 “주가연계증권(ELS)은 원금비보장형 보다는 원금보장형, 종목형 보다는 지수형 상품으로 위험 관리에 중점을 두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