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묘년(辛卯年) 연초부터 물가가 토끼뜀을 하고 있다. 폭설과 한파에 농수산물 가격이 급등하고 유가 상승으로 휘발유 값이 2,000원까지 뛰어오르며 새해 벽두부터 가계 살림살이가 팍팍하다. 정부도 연초부터 물가관리에 비상이다. 연초부터 물가를 잡지 못할 경우 올해 통화정책은 물론 경제운용 전체가 흔들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물가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오는 13일 설 물가안정대책을 발표할 예정이지만 자고 나면 오르는 물가를 잡기에는 역부족이다. 기획재정부의 한 관계자는 "조만간 설 물가안정대책이 발표될 예정으로 장바구니 물가는 물론 공공요금 등 서민생활과 밀접하게 관련된 품목의 가격이 동시다발적으로 인상되는 것을 억제하는데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물가안정대책이 매번 반복되는 수준에 그칠 것이라며 정부의 보다 근원적이고 획기적인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설탕 값 오르자 과자 값도 올라=뛰는 물가에 가계의 주름이 깊어진다. 지난해 말 설탕 가격을 시작으로 지난 1일 음료업체가 가격을 인상했고 다음달에는 제과업체 등이 과자류 값을 7~8% 정도 인상한다. 제분업체들도 이달 중순 무렵 밀가루 가격을 10% 이상 올리는 방안을 저울질하고 있는데다 최근 폭설과 한파에 따른 작황부진으로 농수산물 값도 다시 급등하고 있다. 제분업체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초에 비해 현재 원맥 값이 2배 수준으로 치솟아 원가부담이 너무 크다"며 "인상률과 시기를 놓고 조율 중인데 10% 이상이 유력하다"며 가격 인상을 예고했다. 수산물과 채소 가격도 크게 올라 식탁 물가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특히 어획량이 크게 줄어든 고등어와 갈치는 서민들이 좀처럼 맛보기 어려울 정도로 가격이 오르며 '금등어' '금치'로 불린다. 이뿐만 아니라 도시가스요금이 1일부터 평균 5.3% 인상됐고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이 2년4개월 만에 리터당 1,8000원대로 크게 올라 가계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 ◇등록금ㆍ학원비 인상 예고=올해 서민물가의 최대 복병은 대학등록금과 학원비. 정부가 최대한 억제하겠다고 하지만 대학과 학원의 반발이 만만치 않다. 대학들은 지난 2년간 연속 등록금을 동결해 이로 인한 재정적 압박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올해는 등록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포스텍이 지난해 12월 말 2011학년도 등록금을 전년 대비 5% 인상한 데 이어 주요 사립대들이 인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한 사립대 관계자는 "지난 2년간 등록금을 동결하고 허리띠를 졸라매며 대학을 운영했지만 한계에 이르렀다"면서 "3년 연속 동결하라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전했다. 학원비도 슬금슬금 오르고 있다. 초ㆍ중등생을 대상으로 한 서울 대치동의 H수학학원은 이달 들어 하루 수업시간을 1시간 늘리는 조건으로 월 수강료를 31만5,000원에서 44만5,000원으로 13만원이나 올렸다. E종합학원은 수강료를 월 46만8,000원에서 48만8,000원으로 4%가량 인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