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소위 결과 지켜본 뒤 파업 일정 잡을것"
조흥은행 노조가 오는 11일부터 시작하기로 했던 파업을 돌연 연기하기로 했다.
9일 은행 영업시간이 끝날 때 까지만 해도 "전산시스템 가동을 중단시키는 등 전면파업에 들어갈 모든 준비가 끝났다"며 전 영업점에 대고객 안내문까지 붙였던 노조측은 이날 오후 늦게 파업을 미루기로 했다고 갑자기 발표했다.
노조측은 오는 "11일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매각소위원회에서 조흥은행 매각과 관련해 특별한 결정이 내려지지 않을 것이 확실시돼 결과를 지켜본 뒤 파업일정을 다시 잡겠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파업을 해도 실익이 없으며, 오히려 비난여론만 불러 일으켜 조흥은행에 불리한 결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한 결정이라는 해석이 유력하다.
이날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조흥은행 매각을 차기 정부로 넘겨야 한다는 주장을 발표한 것도 '지켜보자'는 쪽으로 돌아서는 데 한 몫 한 것으로 보인다.
◇파업 연기 갑자기 발표
노조측이 파업을 유보키로 한 것은 '실익이 없다'는 판단 때문으로 보인다.
조흥은행 노조는 이날 460여개 점포망에서 임직원을 제외한 8,000명의 전직원이 전산망을 중단시키는 등 '전면파업'에 돌입한다는 강경 방침을 내놓았다.
이에 따라 금융당국과 조흥은행 경영진은 전산인력을 대비시키고 은행검사1국장을 단장으로한 비상대책반을 구성하는 등 대책을 마련했다.
그러나 오후 6시께 허흥진 조흥은행 노조위원장과 이용득 금융노조위원장 등이 회의를 갖고 돌연 파업을 연기하겠다고 발표했다.
노조측은 "아직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는데 섣불리 파업에 들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해명했다.
금융노조의 한 간부는 "냉정히 생각하면 파업으로 얻는 것 보다 잃는게 많다고 본 것 같다"며 "조흥은행 내부에서도 파업이 여론을 악화시켜 나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가 적지 않았다"고 털어놓았다.
결국 여러 정황으로 볼 때 좀 더 지켜보는 게 낫다고 결론을 내린 셈이다.
그러나 오전에 대고객 안내문까지 붙이는 등 사실상 모든 게 결정된 듯 행동하다가 방침을 뒤집은 경솔함에 대해서는 비난이 적지 않다.
한 조흥은행 거래고객은 "은행 파업은 수백만 고객의 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일인데 아침 저녁으로 말을 바꾸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며 "가급적 불편이 초래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노무현 후보 "차기 정부서 결정"
이 날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조흥은행 매각 결정을 차기 정부가 해야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혀 노조의 파업 유보결정에 동인을 제공했다.
노 후보는 "조흥은행 매각절차는 진행하되 결정은 차기 정권이 하도록 해야한다"며 "매각방식도 충분한 시간적 여유를 두고 논의해야한다"고 밝혔다.
전용호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