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한국건축문화대상/일반주거부문 본상] 루트하우스

현대 디자인속에 '향토적 옛집' 담아

강원도 정선 42번 국도라는 단조 로운 입지에 자리한 루트하우스는 도로 주행자와 흥미로운 커뮤니케이션을 나누며 도로변의 몰개성한분위기를 상쇄시켜주고 있다. / 루트하우스의 집 전체 평면과 동선을 통째로 대신하는 언덕은 마당과 발코니, 옥상과 담벼락 역할을 동시에 하며 현대적인 디자인과 전통적인 옛집 사이의 연결고리 구실을 해준다.



베벌리힐즈와 강원도, 현재와 과거, 첨단과전통…. 서로 이질적인 요소들이 한자리에서 만나 독특하고, 실험적인 설계의 주택이 탄생했다. ‘42번가 루트하우스’는 베벌리힐즈와 강원도라는 상반되는 지역적 특성을 통해 이색적인 주거 공간을 만들고자 했던 건축주의요구조건을 수용, 현대적 감각의 주거 디자인과 함께 향토적인 옛집의 이미지를 고스란히 담아냈다. 이 건물을 설계한 곽희수 이뎀도시건축 대표는 서로 이질적인 요소들의 결합을 위해‘언덕’이라는 아이콘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이 건물에서 언덕은 집 전체의 평면과 동선을 구성하며 나아가 마당이나 옥상 그리고 복도나 발코니의 기능까지 담당해 현재와 과거를 오가고 있다. 여기에 루트 하우스는 한국의 전통적 공간개념인 평면적‘채’ 나눔 구조를 입면적으로 활용, 1층위에 2층이 없고 바로 3층으로 연결되는 독특하고 현대적인 구조를 이뤄냈다. 입지도 매우 독특하다. 강원도 정선의 42번 국도에 자리한 루트하우스 주변에는 자연경관을 배경으로 주요소, 토속음식점 등만 있을 뿐이다. 도로 주행자를 위한 흥미로운 커뮤니케이션의 건축적 제스처가 없는 환경에서 루트 하우스는 몰개성적인 국도의 이미지를 상쇄하는 역할을 한다. 도로와 주택이라는 생소한 성격의 두 요소가 국도변에서 만났을 때 생기는 상호작용이 서로의 개성을 더 높여주는 계기로 작용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집의 외부공간을 구성하는 요소 중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인 지붕과 언덕은 푸른잔디로 식재해 주변 자연과 조화를 이뤘다.언덕은 자연의 일부를 재단해 평지에 이식한 개념이며, 수려한 주변 풍광이 고스란히 집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설계했다. 지면으로부터 시작된 경관은 3층의 발코니까지 연속돼 있으며 산책이나 조망 그리고 다양한 여가의 장소로 그 쓰임새를 두었다. 다양한 현대적 디자인이 가미된 루트하우스에서 가장 특이한 공간은 중정에 접해있는 전통 부엌과 사랑방. 사랑방은 부뚜막에서 때는 나무의 화력으로 난방을 유지할 수 있도록 설계했으며, 부엌은 전통 주택에 익숙한 건축주 노부모의 오랜 생활 습관을 배려해 벽돌로 치장했다. 그리고 안채와 의 내부연결을 단절시켜 부모만을 위한 독립된 공간으로 꾸몄다. 설계의 바탕에는 건축주의 유년시절에 대한 기억이 묻어있다. 아마도 건축주는 노부모에게 새집의 편리함보다 아랫목의 따뜻한 온기를 돌려주고 싶었던 모양이다. "베벌리 힐스+강원도 옛집 재현에 최선"
설계자 곽 희 수 (주)이뎀도시건축 대표
“건축주는 베벌리힐스의 제니퍼 로페즈 집 사진을 보여주며 더불어 그가 유년시절에 살았던 강원도 오래된 집의 추억도 함께 공유하게 해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건축가에게는 참으로 난해한 요구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 같은 요구를 곽희수 이뎀도시건축 대표는 가장 현실적인 요구로 받아들였다는 점이 독특하다. 곽 대표는 “누구에게나 집을 새로 짓는다는 것은 현재와 과거가 함께하기 마련이라는 점에서 건축주의 요구는 충분히 건축물로 재현이 가능하다고 봤습니다”라고 말했다. 고민 끝에 곽 대표가 찾아낸 것은 ‘언덕’ 이라는 소재. 여기에서 그는 현재와 과거가 이어지는 접점을 찾았다. 루트하우스에서 집 전체 평면과 동선을 통째로 대신하는 언덕은 마당과 발코니, 옥상과 담벼락 역할을 동시에 하며 현대적인 디자인과 전통적인 옛집 간의 연결고리가 된다. 그는 루트하우스를 “개인적으로 기존의 한국적 공간 재현과는 차별되는 새로운 한국적 정체성의 시도라고 평가하고싶다”고 말했다. 루트하우스에는 2층이 없다. 1층에서 바로 3층이다. 수평적 채 나눔을 수직적인 배치로 활용했다. 한국의 전통적 공간 재현이 아니라 한국 전통 건축의 문법만을 발췌해서 활용한 것이다. 곽 대표가 건축을 설득이나 계몽의 태도로 바라봤다면 이 같은 새로운 건축적 언어의 발견은 기대하기가 어려웠을 것이다. 현실적조건에 대한 건축가의 말랑말랑한 태도가 결국 새로운 계기를 유발한 것으로 보인다. 곽 대표에게 이 같은 새로운 건축 언어로의 시도는 이제 시작일뿐. 그는 “심장이 멈추지 않는 한 우리가 사는 현실을 관찰하고 그 속에서 디자인 소재를 찾아내 새로운 발상을 표현하는 노력을 게을리 하지않겠다”고 말했다. 도시의 리얼리즘을 통해 새로운 상상력을 발휘하는 건축가 곽희수. 그의 손으로 만들어질 두 번째 루트하우스가 사뭇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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