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물건'이라는 책의 제목은 독자를 낚기 위한 미끼다.
선정적인 제목으로 독자들을 유혹하려는 상업적 정신의 발로인 셈이다. 하지만 책 제목에서부터 느껴지는 재기 발랄함은 범상치 않다.
책은 대한민국 남자들의 외로움이라는 모티브를 차용해서 그들이 소장하고 있는 소중한 물건의 가치와 의미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저자는 1부에서 대한민국 남자들의 불안과 외로움을 달래는 유쾌하고도 가슴 찡한 위로를, 2부에서는 각계각층 다양한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는 열세 명의 '물건'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 놓는다. 그들에겐 자기만의 스토리가 담긴 특별한 물건이 있고, 그 물건에 대한 이야기는 곧 그들의 삶을 그대로 보여준다. 지식에의 욕망을 나타낸 이어령의 3m짜리 책상은 오히려 대학자의 외로움을 알 수 있고, 먹을 갈고 글씨를 쓰는 것처럼 20년 무기수의 삶을 과정 살아온 신영복의 벼루는 진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재미는 없지만 일희일비하지 않는 신뢰감을 주는 문재인은 그의 바둑판처럼 묵직하다. 또한 영원한 경계인이자 비현실적 낙관주의자인 조영남은 그의 네모난 안경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당당함과 꼬장꼬장함을 그대로 기록한 김문수의 수첩은 그가 누구인지를 보여준다. 그들이 펼쳐놓는 사소한 '물건'에 대한 이야기는 흥미진진하지만 결코 가볍지만은 않다. 그들 인생을 관통하는 삶의 태도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는 독자들에게도 자신만의 물건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 것을 제안한다. 물건을 매개로 '나'라는 존재를 확인하고 인정하자는 것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자신을 설레게 하는 사소하고 특별한 물건과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1만5,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