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 회장 구속에 이어 현대차그룹 임직원들의 신병처리가 이달 중순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사법처리 수위와 범위가 주목된다.
검찰은 그동안 정 회장의 아들인 정의선 기아차 사장을 불구속기소하기로 확정했을 뿐 비리에 연루된 나머지 임직원들의 구속ㆍ불구속 여부는 결정하지 않은 채 정 회장을 연일 불러 비자금 용처를 캐묻고 있다.
검찰은 늦어도 이달 15일까지는 임직원들의 신병처리 방향을 매듭지어야할 것으로 보여 정 회장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가 사법처리 수위 결정에 변수가 될 것으로전망된다.
◇ 사법처리 대상 임직원 규모 = 비자금 조성, 경영권 편법승계, 부채탕감 등현대차그룹 비리에 연루된 임직원은 대략 20명 수준이다.
우선 정 회장의 지시를 받아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는 김동진 현대차부회장과 박완기 전 재경본부장은 구속 여부를 떠나 사법처리될 가능성이 가장 높아보인다.
이들은 현대차의 경비를 정상 지출한 것처럼 허위전표를 만드는 수법으로 460억원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달 14일 검찰에 긴급체포됐다 석방된 이정대 재경본부 부사장과 김승년 구매총괄본부장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았다는 점에서 구속기소냐 불구속기소냐만 남았을 뿐 법정에 설 것이 확실시된다.
이 부사장과 김 본부장은 `MK의 남자'로 불릴 만큼 정몽구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룹 비리에 깊숙이 연루된 것으로 보인다.
1천700억원에 달하는 정 회장의 현대우주항공 보증채무를 해결하는 데 앞장 선박정인 당시 현대정공 사장, 부채가 많았던 본텍의 채무를 탕감받는 데 관여한 채양기 현대차 기획총괄본부장과 김뇌명 당시 기아차 사장도 사법처리 대상으로 꼽힌다.
해외펀드를 조성해 계열사에 우회출자하는 방식으로 정 회장의 개인 연대보증채무를 없애도록 도와준 김원갑 전 현대차 재경사업본부장(현 현대하이스코 부회장),정석수 전 현대강관 전무이사(현 현대모비스 사장)도 법정행이 점쳐진다.
◇정 회장 `자백' 여부가 처벌 수위 변수 = 정의선 기아차 사장은 불구속기소되는 것으로 결정됐지만 나머지 임직원들의 구속ㆍ불구속 여부는 비자금 조성ㆍ횡령등에 관여한 정도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검찰은 지난달 26일 현대차그룹을 전격 압수수색한 이후 임직원들을 수시로 불러 누가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했는지 충분히 파악했기 때문에 사법처리 수위 결정만 남겨둔 상태다.
검찰이 예고한 임직원들의 신병처리 기한인 `5월 중순'이 다가오면서 온갖 전망이 나오고 있다.
그룹 총수를 구속한 상황에서 부사장급 이상인 임원들을 무더기로 구속하면 기업 운영에 상당한 차질이 초래되고 국가경제에도 충격이 갈 수 있다는 점에서 구속범위는 최소한에 그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정상명 검찰총장도 이달 1일 대검찰청 확대간부회의에서 현대차 비리사건에 연루된 임직원들의 처벌 범위를 최소화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따라서 검찰은 현대차 임직원 1∼2명을 추가로 구속기소하고 다른 임직원들은불구속기소하는 선에서 사건을 마무리할 것이란 관측이 설득력 있게 들린다.
그러나 비자금 조성의 총 책임자인 정몽구 회장이 비자금을 어떤 목적으로 누구에게 썼는가를 자백하는지 여부가 임직원 신병처리의 중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분석도 있다.
정 회장이 입을 열지 않으면 비자금 용처 수사가 별다른 성과 없이 장기화될 수있는 점을 우려한 검찰이 임직원 신병처리 방향과 관련해 강경입장으로 선회함으로써 정회장을 압박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럴 경우 비자금 관리 등에 관여한 핵심 임원진이 구속기소될 수도 있는 만큼정 회장이 수사에 얼마나 협조할 지에 당분간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