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서비스시장 개방' WTO 양자협상 시작

美등 18국과 탐색전정부는 28일 제네바에 있는 세계무역기구(WTO) 회의실에서 도하개발아젠다(DDA) 서비스 분야 시장개방에 관한 양자협상을 갖는 것을 시작으로 제2차 양자협상에 착수했다. 민동석 외교통상부 심의관을 수석대표로 한 12개 부처 관계자와 전문가로 구성된 정부대표단은 오는 11월1일까지 18개국과 연쇄적인 개별협상을 가질 계획이다. 양자협상 대상국은 미국과 일본ㆍ유럽연합(EU)ㆍ중국ㆍ아르헨티나ㆍ캐나다 등이다. 정부는 12월과 내년 2월에 추가적인 양자협상을 벌인 뒤 내년 3월 말까지 분야별 1차 시장개방 양허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따라서 내년 3월까지 3차례에 걸친 양자협상은 어떤 시장을 개방할지를 협의하는 본격 협상에 앞선 '탐색전'인 셈이다. 우리나라는 현재 155개 서비스 분야 가운데 78개 업종만 완전 개방된 상태다. 국내 서비스산업은 국내총생산(GDP)의 60%를 차지하고 고용인원은 69%에 이르고 있지만 일부 분야는 선진국에 비해 경쟁력이 극히 취약해 개방의 영향은 제조ㆍ농수산물 분야가 받는 충격만큼 클 것으로 우려된다. ▶ 무엇을 요구하나 한국은 이날 현재 미국과 EU 등 36개국을 상대로 12개 분야에 걸쳐 서비스시장개방요청서를 전달했으며 22개국으로부터 개방요청서를 접수했다. WTO 회원국은 앞으로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자국의 경쟁력이 확보된 분야는 최대한 개방을 많이 끌어내고 반대로 경쟁력이 취약한 분야에 대해서는 개방예외로 인정받거나 개방일정을 가능한 한 늦추는 등 '총성 없는 전쟁'에 돌입했다. 22개국의 개방요청서를 보면 금융ㆍ법률ㆍ교육 등 국내 취약분야의 특정시장을 개방할 것을 요구하는 것 외에도 정부의 규제와 관행까지 철폐하거나 완화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가 부분적으로 개방하고 있는 금융 분야의 경우 증권사의 외국인 지분제한 철폐 등 외국인투자 규제뿐만 아니라 동일인 여신한도, 상장주식의 장외거래 금지, 보험사의 부동산투자 한도 등 각종 규제의 폐지를 요청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EU 등 선진국은 우리나라가 빗장을 건 법률ㆍ보건ㆍ의료ㆍ교육ㆍ우편 분야의 개방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어 관련 부처와 업계가 당혹해하고 있다. 이들은 또 자국의 경쟁력이 확보된 분야에 대해서는 청소ㆍ세탁업과 같은 사소한 분야까지 개방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 정부대책 및 전망은 정부는 각국의 개방요구서를 검토한 뒤 내년 3월 말까지 시장개방계획서를 제출할 예정이다. 만약 우리측의 개방계획서가 미흡하다고 판단하는 국가는 2004년까지 협상을 통해 개방시기와 폭을 조정하게 된다. 따라서 2003년 3월 이후부터 다양한 이해집단의 요구를 합리적으로 조율해야 할 뿐만 아니라 시장개방에 대비한 대책도 마련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정부는 일단 법률과 의료ㆍ교육 등 개방충격이 크고 그동안 빗장을 걸었던 분야에 대해서는 충격을 감안해 최대한 개방시기를 늦추고 단계적으로 개방한다는 입장이다. 반대로 국내산업이 경쟁력을 갖고 있는 해운과 건설ㆍ통신 등의 분야는 상대국의 개방을 최소한 국내 수준까지는 이끌어낸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국내 취약ㆍ민감분야라고 해도 빗장을 아예 걸 수는 없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개방과 이에 따른 피해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장기적으로 볼 때 취약분야의 개방은 외국인투자를 늘리고 선진기술과 경영기법이 도입되는 한편 규제완화의 효과도 적지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반대로 WTO 서비스협상은 결과에 따라 우리가 강점을 가진 분야의 해외진출 기회가 확대되는 양면성을 갖고 있다. 권구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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